신종플루 제대로 알고 제대로 대처하자
지나친 불안감에 괴담·음모론까지 들썩
대부분 며칠후 완치..치료제 재고량 충분
$pos="C";$title="";$txt="전국의 모든 약국에서 신종플루 항바이러스제 투약이 가능해진 30일 오전 서울 남대문 한 약국에서 약사가 신종플루 의심환자에 대한 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날부터 신종플루 감염 의심환자들은 동네 병.의원에서 의료진의 처방을 받아 약국에서 타미플루를 바로 구입할 수 있다.";$size="450,293,0";$no="2009103006514403664_1.jpg";@include $libDir . "/image_check.php";?>
국민적 불안감이 과도하다. 괴담, 음모론도 퍼졌다. 전문가들이 '그렇지 않다'고 해도 메시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물론 상황이 전보다 나빠진 건 분명하지만 예측됐던 일이며 여전히 통제 가능하다. 신종플루에 대해 차분하면서도 슬기로운 국민적 대처가 필요하다.
오해 1. 신종플루는 건강한 사람도 죽이는 무서운 병이다.
최근의 공포감은 당초 노인층에 집중되던 사망 환자군이 젊은 층까지 확산된 것에 기인한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 후 '학생이 더 위험하니 백신을 먼저 맞히자', '아니다 노인에게 양보하자'는 식의 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젊은 층의 사망사례는 결과적으로 "신종플루가 매우 치명적 질병이구나"는 인상을 준 것 같다.
하지만 젊은 층에서 사망자 생긴 건 그럴만큼 충분한 감염자수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신종플루에 걸렸을 때 사망 혹은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성은 여전히 고령자, 만성질환자, 영유아 등 '고위험군'에서 높다.
반면 젊은 층이 신종플루에 '더 잘 걸릴 수 있다'는 생각은 맞다. 과거 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경험이 있는 5, 60대 이상 고령자들은 몸속에 '항체'가 생겼을 확률이 높다. 반면 젊은 층은 상대적으로 '감염'이 잘 되는 깨끗한 몸을 가졌다. 특히 학생들은 '항체 없음'과 '집단생활'이란 두 가지 위험 요인이 복합됐고,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다.
오해 2. 백신은 위험하다.
백신의 위해성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논란이 있어왔다. 백신이 실제 사망자를 줄이지 못한다며 '무용론'을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대세는 아니다. 백신은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주는 가장 확실하고 효과적인 무기다. 전문가들은 "수십 년간 수천만 명이 맞아온 일반 독감백신과 신종플루 백신은 기본적으로 같은 백신이므로 지나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백신도 부작용이 없지는 않다. 접종자수가 많으면 그 비율만큼 치명적 부작용 혹은 사망자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작고 불확실한 위험을 피하기 위해 크고 분명한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 어떤 위험이 더 크며 더 확실한가에 대한 판단은 보건당국이 내린 것이고 국민들은 그것을 믿고 따르면 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된다는 괴담은 논의 가치도 없다. 임상시험은 이미 끝났다. 아마도 백신 접종이 시작된 후 정부가 부작용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는 말을 오해했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신종플루 백신 뿐 아니라 다른 의약품도 시판을 허락한 후, 자동적으로 '시판 후 조사(PMS)'라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가동한다.
오해 3. 백신과 치료제가 모자랄 것이다.
모든 국민에게 동시에 백신을 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백신이 모자란 건 사실이다. 그래서 위험도에 따라 순서를 정한 것이다. 내년 2월까지 필요한 백신은 모두 확보될 것이지만 순위에서 밀린 사람은 초조함을 느낄 수 있다. 솔직히 말해 이 부분에서 정부도 뾰족한 수는 없다.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안 걸리는 게 상책이다.
"유행이 다 지나고 나서 맞으면 뭐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내년 2월도 늦은 건 아니다. 전문가들은 신종플루가 1, 2차 유행을 거칠 것으로 보는데 1차 유행, 즉 1차 정점 도달 시기는 11월 중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러다 백신의 효과가 발휘되는 12월부터 누그러들 것이 예상된다.
이 후 2차 유행은 언제일지 아무도 모른다. 바이러스가 더 강력한 형태로 '컴백'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백신은 접종받는 게 좋다.
타미플루와 리렌자 등 항바이러스제(치료제)는 충분하다. 최근 타미플루 사용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비축분의 5%도 사용하지 않은 상태다. 12월 백신 효과까지 나타나면 치료제는 더 남아돌 가능성도 있다. 조만간 또 다른 치료제도 나온다. '페라미비르'라는 주사약은 타미플루나 리렌자에 효과를 못 본 더 심각한 환자들에게 사용될 것이다.
오해 4. 괜찮다면서 왜 정부는 호들갑인가.
치사율도 낮고 손만 잘 씻으면 된다더니 갑자기 '위기'를 언급하는 정부가 의심스럽다. 이렇게 보면 된다. 예전 일반 계절독감을 상상해보자. 초등학생 아들이 독감에 걸렸다면 엄마가 간호한다. 아이가 측은하지만 엄마는 아이가 죽을까 걱정하진 않는다(물론 일반 계절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꽤 많다). 하지만 간호하던 엄마가 독감에 옮았다. 아빠도 옮았다. 2살짜리 동생도 옮은 것 같다. 집안 모습이 어떻게 될 지는 상상에 맡긴다.
동시에 수백만 명이 독감으로 앓아눕는다면 나라는 어떻게 될까. 국가경제가 휘청할 수 있고 특히 의료 시스템이 마비된다. 사회적 대혼란이다. 일반 독감에 걸렸다고 2∼3명이 결근한 회사는 굴러가지만, 신종플루로 직원 절반이 결근하면 회사는 개점휴업이다. 신종플루는 말 그대로 '신종'이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는 파괴력을 가졌다는 점이 현재 시점에서 일반독감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그래서 신종플루는 정부 입장에서 반드시 막아야 하는 절대 절명의 '위기'다. 반면 개인 입장에선 얼굴 살 쏙 빠지는 몇 일간의 고생에 불과할 수 있다. 당신이 건강하다면 말이다. 건강하지 않은 즉 '고위험군'이라면? 마음 단단히 먹고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그 조심은 작년 독감유행 시즌 때도 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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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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