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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걱정'을 질타했던 정부

[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신종 인플루엔자A(H1N1ㆍ신종플루)의 확산이 걷잡을 수 없다. 환자가 급증하고 하루가 멀다하고 사망자가 속출하면서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하루 발생 환자수가 4000명이 넘어 선데다 어제는 고위험군이 아닌 건강한 20대 여성까지 신종플루로 숨지는 등 이틀새 9명이 사망하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지금까지 확진환자만 6만여 명에 이르고 사망자는 29명, 의심환자로 진단받아 치료제를 처방받은 경우가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으니 신종플루는 이미 '대란단계'에 접어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어제 보건복지가족부 등 관계 부처 긴급 장관회의를 열고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으나 국민들이 느끼기엔 공염불에 불과하다. 정부는 "신종플루는 확산속도가 빠르지만 치명율은 예년의 계절독감과 같거나 낮다"며 "정부 역량을 총동원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행동은 없고 국민들에게 신속한 치료 받기와 개인위생 관리를 당부한 수준이다.

특히 신종플루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는 학교에 대해서 교육과학기술부는 신종플루 발생학교의 휴업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안이한 자세를 보여 학부모들의 걱정과는 큰 인식차를 보여주고 있다.


국민들은 신종플루에 대해 일종의 공황상태에 빠져 있다. 특히 신종플루 확진 환자의 80%이상이 초ㆍ중ㆍ고 학생임을 감안할 때 교육계는 더 큰 딜레마다. 최근 1주일 새 2만 명이상의 환자가 발생했고 2명이상 감염된 학교만도 1천여 개교에 달한다. 학교에서 기침만 해도 왕따를 당하고 격리 수용된 학생들은 우울증에 걸린 지경이란다. 자녀들은 증세를 숨기고 등교하려 하고 부모들은 황당하게 쫓겨 오는 자녀를 서둘러 병원에 데려가지만 병원 진료도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직장에선 감염 자녀 부모들은 출근하지 못하고 대인기피증마저 번지고 있으니 소문만나도 회사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리 만무하다.

신종플루가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에 확산될 것이라는 것은 예고돼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발생 초기에도 허둥지둥하더니 별다른 대책 없이 '대란'을 맞게 됐다. 지난 5월초 멕시코에 자원봉사 다녀 온 50대 수녀가 첫 감염자로 확인된 이후 3개월여 만에 2명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도 보건당국의 검역과 관리체제는 느슨하기 짝이 없었다. 두 환자 모두 증상 발생 1주일이 지나서야 항바이러스제가 투여됐으며 발병 초기 동네 병원과 응급실을 전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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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2학기 개학철과 추석 국민 대이동 때도 호들갑을 떨었으나 학생들에 대한 예방대책은 발열검사 하는 것이 고작이었고 그나마 보건교사가 배치된 학교는 70%에도 못 미쳐 나머지 학교는 사실상 사각지대로 남아 있었다. 또 추석이 이른 탓인지 더운 날씨로 국민 대이동에도 감염자가 크게 확산되지 않자 '비장한 각오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하겠다'던 공언은 허언이 됐고 이명박 대통령도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우리의 감염률은 걱정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달라"고 참모들에게 당부하며 "지나친 경계심으로 공포감이 조성되는 것이 문제"라고 언론의 관심을 지적하기까지 했다. 또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도 "국민들의 과민반응"이라며 질타하는 등 참으로 어이없는 태도를 일관했다.


어제부터 예방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의료진과 영ㆍ유아 노인 등 고위험군, 학생, 군인 1700만여 명이 접종을 받고 일반인들은 내년 1월에야 가능할 것이 보인다. 그러나 이미 대유행 단계에 들어선 신종플루의 확산을 차단하기엔 버거운 감이 있다. 신종플루의 대응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일이다. "국가의 기본 책무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는 일"이라고 담화문에서 밝혔듯이 조치는 빠를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정부는 더 주저하지 말고 '심각'단계의 비상체제에 들어가야 한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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