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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고경석 기자]조진웅에게 2009년은 잊지 못할 한 해일 것이다. KBS 주말드라마 '솔약국집 아들들'로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경험했고, 영화 '국가대표'로 전국 800만 관객과 만났다. 올해 조진웅이라는 배우를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은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 "황금기? 이제 시작이죠"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조진웅은 '솔약국집 아들들'을 막 끝마치고 또 다른 작품들을 향해 다시 한번 전력질주를 준비하고 있었다. 조진웅에게 지금이 황금기가 아니냐고 묻자 "이제 시작"이라며 겸연쩍은 듯 웃었다.
"배우로서 과정을 잘 밟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솔약국집 아들들'은 드라마에 처음으로 출연했다는 의미로 끝나는 작품이 아닙니다. 그 드라마를 통해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저 자신에게 큰 자극이 됐죠."
'솔약국집 아들들'의 브루터스 리라는 캐릭터는 조진웅의 천부적인 감각을 보여주며 큰 인기를 끌었다. 브루터스 리가 쓰는 어색한 우리말이 단적인 예다. 극중 브루터스 리가 쓰는 말은 미국에서 살다 온 사람의 어투가 전혀 아님에도 몇 가지 단순한 말투와 제스처, 표정으로 시청자들을 믿게 만들었다.
"사실은 셋째 선풍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떨어졌어요. 역시 난 여의도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작가 선생님이 브루터스 리라는 역할이 있는데 재미있고 순수한 친구라고 해보라고 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비중이 크지는 않았습니다. 아내가 죽고 미국으로 가는 줄 알았어요."
조진웅은 '솔약국집 아들들'을 통해 "잊어버릴 수 있었던 초심을 다시 찾고 나를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며 "배우로서 살아가면서 하나의 산을 걷고 난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복의 의미가 아니라 과정의 의미라고 그는 다시 한번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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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대표', 신명나게 놀다 온 느낌입니다"
지상파 TV드라마를 처음 한 배우가 40%의 시청률을 경험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 작품이 방영되는 도중에 영화 출연작으로 800만이라는 경이적인 관객수를 기록하는 건 매우 드문 일이다. 그는 '국가대표'에서 김성주와 함께 동계올림픽을 중계하는 해설자로 등장해 클라이맥스 부분의 재미를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조진웅의 활약이 아니었으면 웃음과 눈물의 쾌감이 덜했을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광대가 신나고 재미나게 놀고 온 느낌이었어요. 간만에 신명나게 놀다 와서 여한이 없었습니다. 단 하루 동안의 작업이었는데 결과가 좋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정말 천재인 것 같아요. 1주일 전에 연락이 와서 합류했는데 거의 마지막 촬영이었죠. 화면을 보면서 연기한 게 아니라 상상만으로 해야 했어요.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김 감독의 완벽한 디렉션이 있어서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진웅을 브루터스 리로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그를 신인배우로 생각하겠지만 영화 데뷔는 2004년 '말죽거리 잔혹사'였다. '우리형'(저능아 두식 역), '폭력서클'(고등학생 홍규 역), '비열한 거리'(조폭 영필 역) 등에 출연하며 영화 경력을 쌓은 그는 '마이 뉴 파트너'로 많은 사람들의 눈에 띄며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마이 뉴 파트너'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강민호 반장(안성기 분)이 소년원 시절부터 아들처럼 키워온 영철이다. 캐릭터를 위해 몸무게를 40kg 가까이 감량했던 그의 당시 모습은 지금과는 딴판이다. 김명민보다 두 배나 더 힘든 일을 해낸 것이 아니냐고 묻자 조진웅은 "몸무게가 0.1톤인 사람이 살을 빼는 게 오히려 쉽다"고 너스레를 떤다.
◆ 명품배우, 그의 변신이 즐겁다
조진웅은 현재 상영 중인 영화 '부산'에서 속칭 보도방 사장으로 출연한다. 대학선배인 박지원 감독이 연출을 맡은 이 작품에서 그는 거의 개런티를 받지 않고 우정출연했다.
'솔약국집 아들들' 이후 조진웅은 두 편의 드라마를 찍으며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KBS 드라마 '열혈장사꾼'과 시대극 '추노'다. 이미 방송이 시작된 '열혈장사꾼'에서 그는 부스스한 머리에 안경을 쓴 어수룩한 모습으로 등장해 코믹한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신해 이른바 '신 스틸러'로서 막강한 연기력을 과시하는 그의 또 다른 변신을 '추노'에서 기대하는 것은 꽤 즐거운 상상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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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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