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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성유리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나와 닮았죠"(인터뷰)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신비로운 요정과 아름다운 배우는 닮았다. 그래서일까 '요정' 성유리는 쉽게 '배우'의 길에 올랐다. 하지만 그 쉬운 길은 곧 가시밭길이 됐다. 준비가 덜 된 신인배우에게, 특히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꼬리표까지 단 성유리에게는 숱한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제 몸에 꼭 맞는 옷을 입은 '요정'이 '배우'가 돼 돌아왔다.


영화 '토끼와 리저드'를 통해 스크린 데뷔를 앞둔 배우 성유리를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첫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그는 한결 생기있는 모습으로 영화 얘기에 열을 올렸다.

"영화는 연기의 호흡이 굉장히 길었어요. 감정을 몇 시간씩 유지하면서 캐릭터에 몰입하는 것이 낯설었죠. 하지만 짧은 시간에 '쪽대본'으로 찍으면서 결말도 모르는 드라마 작업과는 달리 영화는 사전에 준비를 충분히 하니까 입체적인 캐릭터 표현이 가능한 것 같아요."


영화의 매력에 벌써부터 푹 빠져버린 그는 "이번에는 상처가 있는 입양아 '메이'역을 맡았다"면서 "평소 성격과 비슷한 점이 있는 캐릭터"라고 새 영화 속 자신의 모습을 설명했다.

'토끼와 리저드'는 친엄마를 찾아 한국에 온 입양아 메이(성유리)와 언제 죽을지 모르는 희귀한 심장병으로 매일 세상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남자 은설(장혁)이 우연히 마주친 후 함께 동행하게 되면서 펼쳐지는 사랑과 치유의 과정을 담고있다.


"'메이'는 어깨 뒤쪽에 도마뱀 모양의 상처가 있어요. 자신은 그 상처가 언제 생겼는지 모르죠. 그 이유를 알면 어린시절과 부모님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까, 자신의 태생을 알 수 있을까 싶어 한국에 돌아오죠. 과거의 흔적을 찾아다니다가 우연히 '은설'은 만나게 되죠."



그는 '토끼와 리저드'에 대해 "약간 어려워 보일 수 있는 영화"라면서 "감독님이 프랑스에서 오래 활동하셔서 유럽영화의 느낌이 많이난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언뜻 보면 대중적인 배우 성유리에게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성유리 본인에게는 현명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입은 듯 어울리는 캐릭터를 만났을 뿐 아니라 흥행의 부담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라 첫 데뷔작으로는 안성맞춤이라는 것.


"감독님이 장혁 씨랑 초반에는 얘기도 많이 나누지 못하게 하셨어요. 영화 초반 '메이'와 '은설'의 어색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해서였죠. 친해지면 화면에서 다 티가난다면서 멀리 떨어져 있으라고 하셨어요. 감독님은 배우로부터 캐릭터를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하신 것 같아요."


영화 속 '메이'는 성유리와 대중이 아는 성유리가 아닌 진짜 성유리의 모습과 많이 비슷하다. "벽 속에 갇혀있고 상처가 많은 인물이죠. 평소성격과 비슷해요. 보시는 분들이 새로운 느낌을 받을 수 있으실 것 같아요."


자신과 닮은 '메이'를 연기하며 성유리는 캐릭터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다른 일들은 열심히 하면 되는 것이 많지만 연기는 열심히만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연기'를 사랑하고 '캐릭터'를 사랑하지 않으면 그것이 화면에 다 보이거든요."


그는 "화면에서 많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을 보면서 연기자로서의 재능을 의심했었다"면서 "하지만 '어느 멋진 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연기를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좋은 감독님과 만나서 연기를 좋아하게 됐어요. 좋은 환경에서 잘해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연기가 좋아지고 자신감을 가진 계기가 됐죠. 이제는 연기가 내 길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즐길 수도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됐어요." 특히 그는 "영화라는 것은 너무 매력적"이라며 "나 혼자 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하는 작업의 시너지가 대단하다"고 말했다.


"첫 촬영 때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묘한 경험을 했어요. 버스정류장에서 쌓여있던 것을 폭발시키면서 '은설'에게 화를 내는 장면이었는데 '울컥'하는 느낌이 들면서 금방 오케이 사인이 난거예요. 기적처럼 눈도 내려줬고요."


허겁지겁 떠먹던 연기의 맛을 한창 음미중인 성유리는 "좀 더 현실감 있는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지금까지는 항상 현실감이 떨어지는 캐릭터를 연기했잖아요. 지금 제 나이또래의 여자들이 겪는 연애이야기를 리얼리티 있게 그린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독하고 여우같은 캐릭터도 "감독님들이 맡겨만 주신다면 도전해 보고 싶다"는 그에게서는 어느 덧 배우의 향기가 느껴졌다.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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