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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우의 경제레터] 중국 항주 ‘서호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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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강현직 논설실장] 얼마 전 오랜만에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는 곳이 중국이라고들 하지만 이번 항주여행에서는 새로운 경험을 했습니다. 첸탄강 하구에 위치하고 있는 항주는 ‘비단의 고장’이라 불리는 소주와 함께 중국에서 가장 아름답고 살기 좋은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절강성의 성도로 2000년 역사를 지녀 전통도 신화도 풍부한 곳입니다. 특히 항주는 중국 호수 중 가장 빼어난 경관을 가지고 있는 서호를 끼고 있어 더욱 유명합니다.


서호는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인 월나라 미인 서시가 태어난 곳으로 오나라 왕 부차에게 패한 월나라 왕 구천이 미인계로 서시를 부차에게 보낸 뒤 쓸개를 먹으며 원수를 갚아 와신상담(臥薪嘗膽)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이태백이 둥근 달을 노래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태백은 화창한 날의 서호는 서시의 화장한 모습이고 안개 낀 날의 서호는 서시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서호를 절세미인에 견주며 아름다움을 극찬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여행길의 서호는 엄청난 변신을 하고 있었습니다. 10년 전 항주를 방문했을 때의 서호와는 다른 에너지를 품고 있었습니다. 예전 여행길에서는 서호에서 배를 타며 경관을 보는 것에 그쳤지만 이번 여행길에서 만난 서호는 무한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노을이 걸치고 어둠이 가라앉자 서호는 새로운 세상으로 바뀌었습니다. 넓은 호수를 무대로 물과 빛과 소리와 색이 어우러진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그야말로 환상의 공연이었습니다. 감히 생각하지도 못했던 대형 야외공연에 관람객들의 환성이 절로 터졌습니다.


‘붉은 수수밭’으로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고 베이징올림픽 개막식과 폐막식을 연출한 장예모 감독이 펼치는 ‘인상서호(印象西湖)’ 공연은 화려하고 웅장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항주의 전설인 ‘백사(白蛇)전’을 주제로 만남과 사랑, 이별, 추억을 노래한 공연은 한 시간 넘게 관광객을 사로잡았고 서호의 부가가치를 한없이 높였습니다.

중국의 4대 전설 중의 하나인 ‘백사전’은 1000년 묵은 뱀요정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한 남자를 만나 사랑을 나누다 요괴를 잡는 스님에게 들켜 원래 모습인 뱀으로 돌아가자 남자가 이를 보고 기절하고 스님에 의해 절에 갇힌다는, 또 뱀요정의 노력으로 절에서 나왔으나 다시 뱀요정이 탑에 갇힌다는 슬픈 이야기로 장예모 감독의 상상력이 더해져 감동의 서사시로 펼쳐집니다.


공연은 어둠이 짙게 내린 호수의 한편에서 한 마리의 백학이 날아오며 시작됩니다. 어느새 젊은 서생으로 변하더니 다른 한편에서도 또 한 마리의 백학이 날아와 아름다운 여인으로 변합니다. 이들은 작은 배를 타고 호수를 가르며 사랑을 가꾸고 호수 무대는 이들의 천하가 되는 듯 합니다. 서호에 많은 백학들이 나타나 이들을 축복하고 또 물고기들 역시 영기를 가득 채우며 호수를 자유로이 노닙니다. 축복과 즐거움과 행복이 가득 찬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러나 불꽃처럼 즐거웠던 시간이 가고 요란한 우뢰소리와 함께 고난이 찾아옵니다.


여인 백학이 숨지며 만남과 사랑이 이별의 아픔으로 승화되고 다시 서생 백학은 호수로 찾았으나 옛 아름다운 기억들은 찾을 수 없고 회상이 추억으로 바뀔 때 한 쌍의 연인이 꿈속에서 다시금 조용히 나타나 물을 가볍게 밟으며 먼 곳으로 사라집니다. 고요한 밤 호수에 그림 같은 야경과 화려한 빛의 조화, 물에 비친 신비로움, 많은 무용수와 호수의 물이 주는 소리들이 지역에 구전되어온 아름다운 전설을 다시 태어나게 합니다.


상상치 못했던 충격이었습니다. 공연의 내용도 내용이었지만 서호에서 파생하는 문화적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했습니다. 공연한 호수의 면적이 10만평, 서호 전체의 약 10%를 활용한 대형무대입니다. 출연진은 모두 400여명, 주로 지역 주민들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 공연에 나선답니다. 공연장의 객석 수는 1360개, 하루 1회 공연인데 한 번에 1000여명이 공연을 관람하고 있습니다. 1회 평균 입장수입이 우리 돈으로 환산할 때 1억여원을 넘는다니 엄청난 매출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4년 전인 2005년 말 기획하여 2007년6월부터 공연이 시작됐답니다.


관광지 조용한 호수의 대단한 진화였습니다. 지역의 전설로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대형 야외무대를 만들어 기억나는 볼거리로 확실한 추억을 만들어줄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물론 항주에는 이외에도 볼거리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역사와 자연이 준 선물이지만 서호의 공연은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만들어 낸 문화콘텐츠이자 세계인들에게 주는 새로운 경험입니다. 단순한 관광 상품을 뛰어 넘어 휴머니즘을 결합한 문화의 힘입니다. 다시 한번 장대한 중국의 역사와 ‘중국의 힘’을 느낀 장도였습니다.


자연과 인간이 빚어내는 ‘진화’는 그 한계를 가름할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빼어난 경관과 좋은 관광자원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중국 서호의 판타지와 같은 무대는 없었습니다. 진화하는 중국 항주의 서호를 보며 참으로 느낌이 많았던 여행이었습니다.

강현직 논설실장 jigk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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