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값 폭락 성난 농심 현장 가보니
나주시 다도면, 남평읍 등 전남 곳곳서 집회 이어져
대북 쌀 지원 촉구·RPC 선지급금 인상·저가미 공급 중단 등 촉구
대풍으로 풍악소리 요란해야 할 농도 전남의 가을 황금들녘은 농민들의 한숨 소리만 가득했다.
7일 오전 10시 전남 나주시 다시면 농협RPC(종합미곡처리장) 앞. 나주농민회 소속 농민 20여명이 트랙터 3대로 RPC 출입구를 막고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맘때쯤이면 벼 수확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을 이들은 이날 천막 아래 삼삼오오 모여 쌀값 폭락 사태를 한탄하며 술만 연거푸 들이켰다.
침통한 표정으로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분노를 이기지 못한 최용기(50ㆍ나주시 다시면)씨는 아예 며칠 전 직접 수확한 추곡 500kg을 길거리에 쏟아 버렸다.
최씨는 "오죽 답답하면 일년 내내 정성껏 보살피며 자식처럼 기른 나락을 내팽겨치겠냐"며 "쌀 500kg를 얻으려면 농사를 1마지기(200평) 지어야 하는데...”하며 울분을 삼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씨는 이어 “올해는 비료값 등이 너무 많이 올라 쌀값이 이대로 형성되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고작 10만원에 불과하다"며 공허한 듯 먼하늘만 바라봤다.
이에 앞선 오전 9시 전남 나주시 남평읍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5명의 농민들이 RPC 출입구를 봉쇄하기 위해 천막을 치고 농기계를 옮기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나주농민회장 정만식(58)씨는 “쌀 대란이 올 것이 예상돼 봄부터 수차례 정부에 쌀값안정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지만 정부가 내놓은 것은 쌀 소비 증대 정책이 전부”라며 “수확해봤자 제값을 받지도 못할 것 같아 답답한 마음에 뛰쳐나왔다”고 밝혔다.
농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것은 2년연속 대풍으로 쌀 생산량은 늘어난 반면 소비는 지속적으로 감소, 쌀 재고량이 넘쳐 나는데다 대북 쌀 지원마저 중단되면서 올해 쌀값이 지난해보다 1만원이나 낮은 40kg당 4만4000원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 RPC들이 시중 쌀값 형성 기준이 되는 자체수매 잠정가격(선지급금)을 지난해보다 20% 낮은 4만원(40kg 기준)으로 협의해 농민들은 생산비조차 담보하지 못한 가격에 추곡을 넘겨야 할 위기에 처하게 됐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농협이 대형마트 등에 재고미인 4만원(20kg)이하의 저가미를 공급하고 있어 햅쌀마저 출고되면 앞으로 쌀값 추락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날 투쟁에 동참하지 않는 농민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농민회의 RPC 출입구 봉쇄 투쟁이 길어져 추곡수매기간(지난 5~17일)을 놓치게 될 경우 돈 한 푼 건지지 못한 채 일 년 농사를 망치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이날 남평 RPC 사무실에는 추곡수매 시기를 상담하는 농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김 모(78)씨는 "열심히 농사를 지은 만큼 합당한 가격을 받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기다릴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며 "10일 정도 기다려보다 그때까지도 타협이 안 되면 생산비라도 건지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추곡을 넘겨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농민회 광주전남연맹 소속 농민들은 이날 나주 동강ㆍ남평, 무안 일로, 보성, 장흥 등 전남지역 6개 RPC 정문을 농기계와 천막 등으로 봉쇄하고 RPC의 쌀 반입반출을 저지하면서 실효성 있는 쌀값 폭락대책을 요구했다.
특히 현실적인 쌀값 보전대책이 나올 때까지 광주ㆍ전남 지역 RPC 출입구 봉쇄 투쟁을 확대ㆍ지속하는 한편 논 갈아엎기, 벼 야적 투쟁 등을 병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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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일보 김보라 bora1007@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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