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조치 연말종료…유동성 재차 악화 우려
환율 하락, 원자재 상승으로 가격경쟁력 약화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 전자기기를 수출하는 중소기업 A사는 작년 원·달러 환율상승(원화 약세)으로 수익성이 향상돼 30억원의 영업이익이 발생했다. 하지만 올 상반기부터 예상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영업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 회사는 원·달러 환율 1200원 이하 수준에서는 영업계획 수정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 휴대폰 부품을 제조하는 B사는 작년 환율상승기에 상대적으로 휴대폰 산업 호황을 누렸고,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상당규모의 기계설비 증설을 계획했다. 그러나 설비증설을 해놓고 환율이 예상밖으로 더 하락한다면 또다시 경영위기의 '악몽'을 겪을 수 있어 투자규모를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각종 비상지원조치로 연명하던 중소기업들이 삼중고(三重苦)에 빠졌다. 중소기업 유동성을 나타내는 지표들이 또다시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하락과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 원화대출 연체율은 2.18%로 7월말보다 0.09%포인트, 지난해 8월보다 0.66%포인트 올랐다. 시중 실세금리가 오른 것은 중소기업 연체율 증가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출연체율은 통상 분기·반기 결산시 매각·상각 효과가 반영되기 때문에 결산이 없는 달에는 상대적으로 높게 나오지만, '2%대'라는 숫자는 금융위기 이전에 볼수 없었던 수치다. 그만큼 부실 가능성이 여전히 잠복해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금융위기로 부실우려가 높아졌던 지난해말 정부와 은행이 중소기업대출 만기연장과 신규지원 강화를 위해 체결했던 MOU 등 각종 지원책이 올 연말 일제히 종료되면서 중소기업들의 유동성 위기감이 재차 고조되고 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향후 MOU 종료시점에 은행들이 그간 부실기업에 나간 대출을 일부 회수하거나 신규대출을 늘리지 않을 경우 중소기업 부실이 크게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고환율로 가격 경쟁력 효과를 톡톡히 봤던 수출중소기업들은 '환율의 역습'에 허덕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채산성 유지를 위한 적정 원·달러환율은 1176원이지만, 최근 환율 흐름은 '마지노선'을 넘어섰다. 환율변동으로 채산성이 호전된 중소기업은 29%인 반면 악화된 기업은 두배가 넘는 57.9%에 달한다는 조사도 나왔다. 한 중소기업체 임원은 "환율하락에 따른 국제 가격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4분기에 매출이 크게 늘지 못하는 상황에서 환율이 추가 하락하면 원가와 비용절감으로 상쇄해야 하는데 얼마나 견딜지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고통도 지속되고 있다. 가격 상승에 따른 공급 부족도 문제지만 원가인상분이 제품가격에 정확히 반영되지 못하는 것이 더 큰 문제로 지적된다. 이때문에 올 4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도의 실효성을 강화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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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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