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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은 엔화, 日하토야마 경제정책 '시험대'

내수촉진vs 수출경쟁력 약화

[아시아경제 강미현 기자] 엔화강세가 일본의 수출 경쟁력을 좀먹는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임 하토야마 정부의 ‘엔고(高)’ 용인 정책이 시험대 위에 올랐다.


28일 도쿄외환시장에서 1달러당 엔화 가치는 88엔 대로 8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30% 평가절상된 것이다. 또 엔화는 지난해 중순 이래 한국의 원화 대비 34% 평가절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엔화강세 현상은 금융위기 동안 있었던 안전자산 선호로 인한 엔화 수요 급증, 해외 중앙은행 금리 인하로 인한 엔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청산 등이 원인이 돼 발생했다.


신임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엔화강세가 국내 소비를 촉진, 일본 경제의 수출 의존도를 낮춰줄 수 있다는 기대로 환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일본은행 측도 엔고가 1980년대 이래 약화된 국내 소비를 촉진시켜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경제의 글로벌 무역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지난해 경제위기로 받았던 타격이 아시아 국가 가운데에서도 특히 컸다는 자성에서 시작된 생각이다.

이 같은 생각은 지난 주 열렸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도 지지를 얻었다. 대규모 무역수지 흑자를 내는 국가는 수출 의존도를 줄이면서 내수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힘쓰고, 무역 적자국은 소비를 줄이면서 저축을 높이는 데 집중하자는 논의가 이루어진 것. 후지이 히로히사 신임 재무상은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의 만남에서 “정부가 환시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실제로 일본 내 이탈리안 명품 핸드백, 프랑스 향수 등의 판매가 조금씩 되살아나면서 엔고정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엔고는 기업들이 유류 및 원자재를 좀 더 싼 값에 사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수출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자동차 및 전자제품 제조업체들은 울상이다.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달러 당 1엔씩 평가절상 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250억 엔(3억9000만 달러)씩 줄어든다.


엔화 강세가 일본의 디플레이션 현상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일본인들이 수입 제품 가격이 향후 더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 아래 구매를 미룰 수 있다는 것. 미쓰비시 UFJ증권의 유타카 시라키 투자전략가는 “전세계 각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경기부양책 효과가 희미해지면서 엔고 정책은 일본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TRJ 탄탤론의 제스퍼 콜 최고경영자(CEO)도 “좋은 싫든 간에 일본 경제는 순수출국”이라며 엔화강세가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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