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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1년, 월스트리트는 지금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을 계기로 본격화한 금융 위기는 지난 1년 동안 전 세계를 대공황 이래 최악의 침체로 몰아넣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것은 그 충격 속에서도 월스트리트의 금융권은 거의 변한 점이 없다는 사실이다.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벼랑 끝으로 내몰렸던 대형 은행들은 미 정부의 지원으로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고, 최고경영책임자(CEO)들은 대부분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시장 상황이 호전되면서 투자은행들은 다시 고액 연봉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유혹하고 있고, 이들은 금융위기의 원흉이었던 고위험 파생상품 개발에 다시 손을 대고 있다.

대형 보험사인 AIG의 국유화와 메릴린치의 매각, 리먼 브러더스의 몰락 등은 금융 산업의 격변의 결정판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뒤이은 일련의 사태들에 월스트리트는 변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음에도 구태의연한 관행들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납세자들의 비난을 사기에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정책·금융 당국은 금융권을 구하기 위해 엄청난 세금을 쏟아 부었다. 씨티그룹 등 위기의 은행들은 일단 파산을 모면했고, 경제가 침체에서 빠져나올 조짐이 보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성공적인 듯했다.

하지만 투자자들과 경제전문가들은 이것이 모두 '돈의 힘'이라며 금융권의 구조적 리스크를 뜯어고치지 않으면 10년도 안 돼 같은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현재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슬론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사이먼 존슨은 "다른 몰락의 씨앗이 이미 싹트기 시작했다"며 "만일 주요 은행들이 기존 투자방식을 고수한다면 다시 몰락의 길을 걸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 연방예금보험기금(FDIC)의 셰일라 베어 총재는 "금융기관 투자자들과 채권 보유자들은 은행이 파산할 경우 그들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면 금융 위기로 그처럼 진통을 겪고도 월 스트리트는 전혀 변화된 부분이 없는 것일까. NYT는 월 스트리트의 CEO들의 의식에 미세한 변화는 있었다고 전했다.


CEO들은 "리먼의 파산으로 자신들의 기업이 부서지기 쉬운 약점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리스크를 줄이고 레버리지를 줄이는 한편 손실에 대비한 완충장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데이비드 비니어는 "이 때문에 금융 시스템 전체에서 레버리지가 줄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번 금융 위기를 계기로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블랙스톤 어드바이저리 서비시스의 바이런 비엔 부회장은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정책 당국의 광범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씨타델 인베스트먼트 그룹의 창업자이자 CEO인 케네스 그리핀은 "당국은 경영 위기에 처한 은행들을 무조건 혈세로 지원하기보다는 엄격한 규제를 부과해야 한다"며 자성의 목소리에 동참했다.


그러나 닷컴 버블붕괴와 부동산 버블을 예견한 예일대학의 경제학 교수인 로버트 쉴러는 "아직까지는 적극적인 변화를 보지 못했다"며 "변화의 창은 여전히 닫혀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위기의 시기야말로 사람들이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다"며 정부가 강하게 나서줄 것으로 촉구했다.


현재 월 스트리트는 금융 위기를 계기로 전화위복한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이 투톱 체제를 형성하고 있으며, 모건스탠리도 명성 회복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엄청난 구제 금융을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은 정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이 회복되면서 미국·유럽의 8개 주요 은행들은 투자은행 부문의 14만1000명의 직원에게 2011년에 770억달러를 지불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에 대한 보수 규제를 의무화하지 않으면 고액 연봉 관행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고액 연봉에 대한 도덕적 해이 현상을 환기시켰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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