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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CEO교체 바람.. 은행권 보수관행도 바뀔까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최고경영책임자(CEO)를 교체하자 시장에서는 모건스탠리가 대형은행들 가운데 리더 교체를 통해 경영 안정을 시도하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거액의 보수에 눈이 어두워 CEO들이 눈앞의 이익 챙기기에 급급했던 만큼 CEO 교체가 '위험을 감수하고 도전하는 월 스트리트의 리스크 테이킹' 문화를 가라앉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지적이 새어나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11일 전했다.

지난해 가을 촉발된 금융 위기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월 스트리트에서는 거액 연봉자들을 비롯해 CEO들까지 줄줄이 쫓겨났다. 하지만 월 스트리트에서는 여전히 고액 연봉 관행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모건스탠리를 시작으로 CEO들의 교체 붐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CEO 교체가, 반복되는 월가의 호황과 불황의 순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 10일 모건스탠리는 4년간 회장 겸 CEO를 맡아온 존 맥이 올해 말 CEO 자리에서 물러나 회장직만 유지하게 된다고 밝혔다. 존 맥의 후임으로는 제임스 고먼 공동 사장이 내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 맥은 1972년 모건스탠리에 채권 트레이더로 합류한 이후 거침없는 추진력으로 '월가의 칼잡이'란 별명까지 얻으며 고속 승진했다. 사생활을 거의 반납하다시피 한 그는 입사 21년만인 1993년에 모건스탠리 사장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1997년 증권 소매 중개업체 딘위터와의 합병 과정에서 필립 퍼셀에게 CEO 자리를 빼앗겨 모건스탠리에서 밀려났다 2005년 실적악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퍼셀이 물러나자 그 자리를 꿰찼다. 그가 회사를 옮겨 다닐 때마다 그에게는 거액의 퇴직금이 주어졌고 더불어 몸값도 뛰었다. 그러나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금융 위기의 파고 속에서 이번에는 공동 사장인 고먼에게 밀려나는 굴욕을 안게 된 것.


업계의 다음 물갈이 차례는 찰스 프린스의 뒤를 이어 2007년 씨티그룹 CEO에 오른 비크람 팬디트 CEO가 유력하다. 그가 CEO에 오른 이후 씨티그룹은 한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다. 급기야 지난 3월에는 사실상 국유화돼 현재 미 당국으로 물러나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 소재 홀랜드 앤 코의 자금부문 사장인 마이클 홀랜드는 "리스크를 몰고 온 CEO들의 시대가 조만간 끝날 것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면서 "회사 경영진은 현재 리스크를 낮추고 이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어 스턴스의 지미 케인이나 리먼 브러더스의 딕 풀드 같은 CEO들의 말로에서도 나타났듯이 역사는 욕심을 주체하지 못한 CEO들을 여지없이 심판했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품에 안긴 메릴린치의 스탠 오닐도 CEO에 오르면서 세간의 기대감을 저버린 인물들이다.


미네소타 대학에서 인류학을 가르치며 월 스트리트의 문화를 연구해온 카렌 호 교수는 "월 스트리트에 있는 기업들의 문제점은 CEO들의 리더십을 능가했다"며 "위기를 부른 한 가지 핵심적 이유는 보수 관행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월 스트리트의 트레이더들과 은행원들에게는 1년 또는 장기 단위 계약에 의해, 그들의 현재 거래나 향후 그 거래에서 무슨 일이 발생할지 여부에 관계없이 실적에 따른 성과급이 주어진다. 이 때문에 그들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일을 하기보다는 단기적인 성과에 치중해오면서 위기를 부추겼다는 설명이다.


호 교수는 "월 스트리트 문화는 단순히 이번 금융 위기를 겪은 것만으로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더 많은 위기를 겪어야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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