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기법 개발로 수익다변화·해외진출도 박차
세계 금융위기는 한국형 IB 발전에 좋은 기회가 됐다. 골드만삭스 같은 세계 유수의 IB를 무작정 따라가기 보다는 한국 금융환경에 맞는 투자기법 개발과 위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체질을 변화시켰다.
특히 지난해 9월 이후 국내 증권사들은 전통적인 증권 고유의 업무를 지키면서도 수익의 다변화를 위해 공격적으로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왔다. 덕분에 증권사의 전통적인 수익원은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현대증권의 경우 지난해 IB수익이 145억원이었으나 올해 들어 7월까지 176억원의 수익을 기록, 이미 지난해 수준을 넘어섰다. PI투자규모 역시 지난해 말 기준 1300억원이었으나 올해 8월말 기준으로 1500억원을 기록했다. 대우증권 역시 올해 6월 기준 IB수익과 PI투자규모가 올해 들어 364억원, 478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이미 90% 수준을 넘어섰다.
특히 자기자본투자(IP)가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식되면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올해 들어 8월 말 기준 2100억원을, 우리투자증권은 7월을 기준으로 취득 및 처분가액을 모두 합쳐 1526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 모두 지난해 기록을 이미 넘어선 것.
증권사 관계자는 "앞으로 IB 및 PI가 수익원으로서의 구실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전망한다"며 "수익창출의 통로를 이에 제한하지 않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수익원을 찾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IB에 대한 신뢰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아직 한계가 많지만 수익 구조가 2년 전 수준을 회복하면서 글로벌IB로 거듭나기 위해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적도 빠르게 회복했다.
글로벌 금융 한파로 국내 증권사들의 지난해 순이익이 절반 이상 급감했지만 올해 1분기(4~6월) 실적은 크게 좋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월 결산 상장법인의 1분기 실적을 집계한 결과 증권업종 21개사의 매출은 총 9조669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3.1%,전분기 대비로는 219.3% 늘었다. 영업이익은 909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8%, 전분기 대비 81.7%,순이익은 70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2.8%, 전분기 대비 66.7% 급증했다.
1분기에 수익을 가장 많이 낸 증권사는 영업이익 1553억원, 순이익 1207억원을 달성한 대우증권. 대우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순이익 1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1000억원 이상인 증권사는 대우 외에 현대(1049억원) 동양종금(1047억원) 등 3개로 조사됐다. 매출 1위 증권사는 1조7230억원의 우리투자증권이 차지했고 대우(1조6370억원) 현대(1조1510억원) 등 총 3개사가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해외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 리서치센터를 갖추고 있는 증권사를 중심으로 글로벌 IB로의 도약에 다시 힘을 싣고 있다. 해외에 리서치 센터를 갖추고 있는 삼성증권,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등 3곳. 태국에 현지법인을 가지고 있는 KTB투자증권은 싱가폴 진출을 검토 중이고 동양종금 증권도 지난 23일 도쿄에 사무소를 열었다.
삼성증권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퇴사한 우수 인력을 싼 가격에 영입해 지난 달 홍콩에 IB전담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회사 관계자는 "홍콩은 국제 금융에 있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국 등 차세대 중심 국가로 뻗어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 라며 홍콩 현지 법인이 이를 위한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의 경우 지난 1일 사명을 변경하면서 글로벌 IB로 도약하기 위해 '증권'이라는 명칭을 과감히 벗어 던졌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등 수수료를 기반으로 IB기능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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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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