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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①]윤제균 감독 "쌈마이 코미디 감독이라는 편견 깼죠"(인터뷰)


[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영화 '해운대'가 한국영화의 흥행사를 다시 쓰고 있다. 이 영화는 6일 전국 1108만 8000명을 동원하며 '실미도'의 기록을 깨고 '괴물'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역대 흥행 4위에 올랐다.


아시아경제신문과 만난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로 1100만 관객을 돌파한 소감을 묻자 "기쁘면서도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대' 불법 동영상 파일이 유출되면서 온라인상에 급속도로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한국영화가 극장 상영 도중 불법 파일이 유출된 건 '워낭소리'처럼 해외 영화제 출품을 위한 DVD 샘플이 새어 나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처음 있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윤 감독은 "불법 파일이 벌써 유럽까지 유포됐다고 한다"며 "이제 더 이상의 해외 수출은 힘들 것 같다"고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부가판권시장이 거의 사멸한 상황에서 '해운대'처럼 불법 파일이 영화 종영 전에 유포되면 한국영화의 산업적 기반은 더욱 위태해진다는 것이 윤 감독의 염려다.

"정말 충격이었습니다. 아직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상황이니 더욱 충격이 컸어요. 단지 '해운대'의 흥행만을 놓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한국영화의 산업을 흔들어 놓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해운대'는 손익분기점을 넘어서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한 영화였다면 어땠을까요? 저는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한국영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꼭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불법 동영상이 유포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해운대'는 주말 하루에만 전국 8만명이 들 정도로 여전히 승승장구하고 있다. 조만간 '태극기 휘날리며'도 제칠 기세다. 결과적으로 전국 1000만 관객을 모으는 대성공을 거뒀지만 '해운대' 제작이 논의될 때만 해도 성공 가능성을 점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할리우드 스태프들과의 작업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도 윤제균 감독을 힘들게 했지만, 이른바 '쌈마이 코미디'를 만드는 감독이라는 주위의 편견 어린 시선은 그가 견뎌내기 가장 힘든 장벽이었다. 캐스팅을 위해 윤 감독이 설경구를 처음 만나 술을 마시다 눈물을 흘렸던 것도 그 때문이다.


"제가 '낭만자객'으로 실패하지 않고 승승장구했다면 자만하면서 '해운대'의 성공을 당연하게 생각했을 겁니다. 하지만 저 자신이 망가져봤기 때문에 이 영화의 성공이 저 때문이 아니라는 걸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모두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몫이죠."


윤제균 감독은 촬영을 시작하면 스태프들의 이름을 먼저 외운다. 그래야만 스태프들과 더 가까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해운대'의 성공으로 생기는 수익도 우선 말단 스태프들에게 먼저 분배할 생각이다. 많지 않은 수당을 받으면서도 영화를 위해 고생하는 막내 스태프들에게 혜택이 먼저 돌아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로 인해 '쌈마이 코미디 감독'이라는 편견을 깬 것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며 "스스로 대견하다"고 말했다. "진심은 통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깨닫게 됐다"는 말도 덧붙였다. 연출자이자 제작자인 그는 차승원·송윤아 주연의 '시크릿'과 김윤진·나문희 주연의 '하모니'를 제작해 조만간 개봉할 예정이다. '해운대'를 통해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해외 시장에 진출해볼 생각도 있다.


"할리우드 진출을 의미하는 건 아닙니다. 할리우드에 가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다만 우리의 자본과 스태프,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싶은 겁니다. '해운대'를 준비하며 할리우드 스태프와 작업한다고 했을 때도 모두들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봤죠. 만들어 놓고 나니 다들 쉽게 말하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영화사 JK필름의 대표이기도 한 윤제균 감독의 꿈은 거창하면서도 소박하다. "국민에게 신뢰를 주고 인정받을 수 있는 재미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포부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는 "임권택 감독님처럼 오랫동안 현장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해운대'로 많이 벌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간 빚진 돈을 겨우 다 갚았다"며 웃었다. 윤제균 감독에게 '해운대'는 황금기인 동시에 새로운 출발이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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