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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원흉 금융시스템, 개혁보다 중요한 것은

시계아이콘01분 33초 소요

금융시스템 개혁을 놓고 갑론을박이 끊이지 않는다.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초래한 원흉을 대대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과 유럽 각국 정부의 입장이다. 금융회사 경영진의 보너스 문제부터 각종 거래 규정, 더 나아가 감독 시스템까지 사정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시스템 개혁이 근본적인 치유책일까. 여기가 진정한 출발점일까.

금융시스템 개혁을 논하기에 앞서 금융의 궁극적인 역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시스템에 수반되는 비용과 득실을 냉철히 판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저민 프리드먼 하버드대 교수는 2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현재 주요국 정부의 시선을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개혁하는 문제에만 꽂혀 있다고 지적하고, 이보단 현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스템의 근본적인 역할은 한정된 자본을 가장 생산적인 분야에 할당하는 것이다. 즉, 유한한 자원을 가격체계를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경제학 논리가 금융시스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얘기다.


세계 경제가 보여준 역동적인 성장과 기술적 진보는 지금까지 금융시스템이 비교적 본분에 충실한 역할을 이행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다. 물론 지난해 금융위기가 오점을 남겼지만 금융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했기 때문에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과 같은 기업이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현재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시스템의 성과가 아니라 이 성과들이 나오기 까지 투입된 비용이 얼마인가 하는 점이다. 예를 들어 아무리 좋은 비료라도 가격과 비용이 생산량 증가로 인한 이득보다 클 경우 우리는 비료를 살 이유를 찾지 못한다. 금융시스템에 대한 논의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현재까지의 비용 논의가 금융위기로 불거진 손실을 어떻게 상쇄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만 국한돼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명시적 비용이 아닌 그 속에 숨은 잠재적인 비용이다.


가령, 4조 달러에 달하는 모기지 관련 손실은 단순히 겉으로 드러난 피해일 뿐이다. 문제는 주택담보대출이 과도하게 급증한 결과 주택 공급이 늘어났고 그 결과 가격이 급락하면서 주택시장이 붕괴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종종 간과하는 이런 사실이 주택시장의 붕괴로 우리가 치러야 할 궁극적인 비용이다.


또한 금융시스템이 효율적인 자원 배분에 실패함으로써 불거진 비용들도 눈에 띈다. 최근 몇십 년 간 하버드대와 같은 명문대를 졸업한 젊은이들은 높은 연봉을 보장해주는 금융 기관에 취업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겼다. 물론 이들에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면에서 본다면 우리는 다른 분야에서 더 큰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을 금융부문에만 투입해 자원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결국 문제는 자원 배분을 통해 얼마나 큰 부가가치를 생산하느냐는 것이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 또한 금융시스템에 수반된 비용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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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비료는 비단 생산을 늘릴 뿐 아니라 농부들에게 더 많은 수익을 남기게 해준다. 금융시스템도 그렇다. 효율적인 금융시스템은 생산을 늘리고 경제성장을 이끌 뿐만 아니라 다른 부문에도 수혜를 준다.


따라서 지금이 많은 비용을 야기했던 금융시스템이 과연 우리에게 얼마나 큰 이득을 주었는지를 판단해야 할 때다.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김보경 기자 pobo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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