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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가슴에 묻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 현충원 안장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國裝) 마지막날인 지난 23일 국민들은 '민주주의'와 '남북화해'의 대명사로 그 이름 석자를 가슴에 묻었다. 영결식과 안장식이 각각 국회의사당 앞마당과 국립 서울현충원에서 엄수됐다. 오후 2시부터 시작된 영결식에는 김 전 대통령의 반려자이자 지지자였던 이희호 여사를 비롯 홍일, 홍업, 홍걸씨 세아들 등 유족과 이명박 대통령 내외, 김영삼 전 대통령, 헌법기관장, 외교사절 등 각계 각층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영결식 초청장을 받은 사람뿐 아니라 일반시민에게도 식장을 공개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영결식이 치러진 국회 앞마당은 고인의 명복을 비는 시민들로 꽉 메워졌다.

영결식에서는 장의위원장인 한승수 국무총리가 조사를,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이 추모사를 낭독했다. 한 총리는 조사에서 "정치적 입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목해온 해묵은 앙금을 모두 털어내는 것이 우리 국민 모두의 참뜻"이라면서 "이제야말로 지역과 계층, 이념과 세대의 차이를 떠나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새로운 통합의 시대를 열어가야 하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추모사를 읽는 내내 울먹여 참석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이 여사 역시 한순간도 고개를 들지 못하고 추도사가 마칠때가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박 이사장은 "이 땅의 민주주의는 당신의 피와 눈물 속에 피어났다"면서 "당신께서는 민주주의의 상징이었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이어 천주교, 불교, 개신교, 원불교 순으로 종교의식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추모공연이 진행된 후 3군 의장대의 조총 발사와 함께 영구차가 영결식장을 빠져나갔다. 운구행렬은 오후 3시47분께 동교동 사저와 김대중도서관에 머물렀다. 손자 김종대씨가 영정을 들고 고인이 주로 시간을 보냈던 1층 응접실과 2층 서재, 투석치료실을 차례로 들렀고 김대중도서관 곳곳도 둘러보며 작별인사를 했다.


운구행렬이 광화문 네거리를 거쳐 오후 4시17분께 서울광장에 도착하자 추모제를 위해 모여있던 10만명에 가까운 추모인파들은 광장을 눈물로 적셨다. 이 여사는 모제를 위해 마련했던 단상에 서 "남편이 병원에 입원했을 때와 국장 기간 동안에 넘치는 사랑을 베풀어주신 데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 여사는 "제가 바라옵기는 남편이 평생 추구해온 화해와 용서의 정신,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고 어려운 이웃을 사랑하는 행동의 양심으로 살아가기를 간절히 원한다"면서 "그것이 남편의 유지"라고 강조했다.


운구행렬은 다시 서울역을 거쳐 오후 5시께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에 도착했다. 곧이어 영구차 앞으로 의장대가 정렬, 김 전 대통령의 유해의 운구를 시작했다. 이 순간 이 여사의 눈에는 다시 눈물이 흘렀다. 잠시후 국가유공자 제1묘역 하단부, 이 여사의 눈물을 뒤로한 채 운구행렬은 미리 준비된 묘역에 도착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묘소와는 100여m,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와는 350m 정도 떨어져 있는 곳이다.


헌화와 분향이 끝나자 유가족과 전직비서진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관식이 시작됐다. 고인의 고향인 전남 신안국 하의도 생가에서 가져오 흙 한줌이 관위로 뿌려졌다. 묘소에 지석을 넣은 후 흙이 덮였다. 지석에는 대통령 성함과 호, 성장과정을 비롯해 일본납치사건과 대통령 취임, 정상회담 등 그동안의 정치역정 등이 쓰여졌다. 또 퇴임 뒤 활동과 저서, 이희호 여사와의 결혼, 가족들의 이름 등 가족사도 모두 기록됐다.


이 여사는 고개를 들어 남편의 마지막 가는 길을 차마 보지 못했다. 의장대가 21발의 조총을 쏘면서 안장식은 마무리됐다. 6일간의 국장이 끝났지만, 이날 자정까지 조문을 받은 서울광장 분향소에는 추모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게 아름다운 사람 '김대중'은 우리의 가슴에 새겨졌다.

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김수희 기자 suheelove@asiae.co.kr
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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