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께 매년 세배를 드리러 가는데 항상 따뜻한 웃음을 지으시며 덕담을 해주셨던 게 생각이 난다"
김대중 도서관에서 안내 데스크를 보고 있는 강종기 씨에게 김 전 대통령은 '민주 투사'도,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아닌 그저 인자한 어른으로 남아 있다. 강 씨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일주일에 2~3번 도서관을 찾으셔서 방문객들을 맞이하곤 하셨다"면서 "건강하셨는데 이렇게 떠나실 줄이야...."라며 말끝을 흐렸다.
민주화의 상징이 된 동교동 김 전 대통령의 자택 옆에는 2003년 건립한 '김대중 도서관'이 들어서 있다. 동교동 자택은 김 전 대통령이 독재정권과 맞서 싸우던 1936년부터 1995년까지 줄곧 거주했던 곳이다. 2003년 퇴임 후 지난달 13일 폐렴 증세로 입원하기 전까지도 이곳에서 생활했다. 이 동교동이야말로 김 전 대통령의 마지막 온기가 남아 있는 곳.
이 때문에 유족 측은 서울광장의 분향소 외에 도서관 로비에도 분향소를 설치하기로 하고 19일 오전 10시부터 조문객들을 맞고 있다.
빈소가 차려진 세브란스 병원으로 대부분의 조문객들이 몰려 이날 12시 현재 벌써 7500여명이나 다녀갔지만 도서관은 아직 조용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근 주민과 소식을 듣고 찾아온 조문객들로 도서관 역시 점차 붐비고 있다.
일치감치 도서관 분향소를 다녀간 이들은 방명록을 통해 진심어린 애도의 뜻을 남겼다.
이청남 씨는 "민주주의를 위한 걱정 떨치고 편안히 영면하세요"라는 글을 남겼고 김형기 씨는 "민주주의와 남북화해, 평화를 위해 평생을 투쟁하신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영면을 기도했다.
현재 김대중 도서관에는 김 전 대통령의 문상객들을 위해 1층 로비에 헌화를 할 수있는 간단한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헌화를 마치고 1층 김대중 기념 전시관으로 들어가면 김 전 대통령의 성장기와 업적을 기록한 각종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김 전 대통령의 대표적인 업적인 6.15 공동선언을 기념한 각종 주화와 우표는 물론 세계 저명인사로부터 받은 선물들이 나열돼 있다. 빌게이츠로부터 받은 휴대폰, 넬슨 만델라의 시계, 필리핀 민주 지도자 베니그노 아키노의 타자기 등이 바로 그것.
김 전 대통령이 평소 즐겨 읽었던 서적도 만나 볼 수 있다. 김 전 대통령은 박경리의 '토지', 톨스토이의 '부활'에서부터 갈브레이드의 '경제학과 공공목적'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책들을 섭렵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그의 전 생애를 관통하고 있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문구였다. 도서관 관게자는 "'서생의 이상과 상인의 현실감각'을 추구했던 김 전 대통령은 언제나 현실정치 일선에서 실천을 통해 이상을 실현하고자 했다. 이 때문에 아직도 많은 대중들이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때문일까? 도서관을 찾는 추모객들은 한결 같이 그의 죽음이 너무 이르다고 탄식했다. 동교동 인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다는 한현규 씨는 "97년 대선 당시 직능 대표 모임으로 김 전 대통령을 뵌 적이 있다. 그 때 받은 친필 서예를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며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분향소를 찾게 됐다. 국가의 큰 어른으로서 할 일이 많으신 분인데 안타까울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종기씨는 "도서관 5층에 김 전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데 이 곳을 출입하시다 한번씩 도서관 방문객과 마주칠 때가 있다"며 "그 때마다 함께 사진을 찍는 등 따뜻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셨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오면 손을 잡으시고 한참을 이런 저런 얘기를 들려주시기도 했다"고 김 전 대통령을 추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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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수 기자 chs9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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