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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前대통령서거]"어버이같은 분 잃어…" 호남 눈물바다

"어버이같은 분이셨는데…", "그런 지도자를 이제 어디서 또 만날지"


18일 오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전해지자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어버이같은 지도자를 잃었다"며 깊은 슬픔에 빠졌다.

특히 그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하의도에서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이 알려지자 친·인척들이 농사일을 중단하고 마을 회관 등으로 몰려들어 슬퍼하면서 고인의 영면을 바랐다.


주민들은 "의지가 강한 분인데 이렇게 허망하게 돌아가실 리 없다"며 "하의도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쉴 새 없이 눈물을 흘렸다.

광주에서도 슬픔 속 애도가 이어졌다.


윤광장(67) 5·18기념재단 이사장은 "여야 대립과 경제 위기, 노사 갈등 등 꽉 막힌 '터널정국'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가가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줘야 할 큰 어른이 돌아가셔서 가슴이 미어진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일반인 면회가 허용되면 한걸음에 달려갈 생각이었다"며 진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최영태(55) 전남대 교수도 "김수환 추기경과 노 전 대통령에 이어 또 한 번의 국가적 대손실"이라는 말로 김 전 대통령을 잃은 슬픔을 대신했다.


이와함께 광주지역 시민사회단체는 김 전 대통령이 병세가 악화되기 전 올 10월께 광주 초청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광주전남본부 장화동 집행위원장은 "김 전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특별한 역할을 했고 그분이 타계한 것은 민족에게도 불행이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4선언 2주년을 앞두고 김 전 대통령의 광주강연회나 특강을 계획했었다"고 말했다.


종교계도 깊은 애도를 표했다.


조비오 신부는 "더 오래 생존하셔서 어지러운 세상에는 조언을, 잘못된 일에는 채찍을 가해주시길 바랬는데 이렇게 가셔서 한없는 슬픔이 밀려든다"며 "천국에서도 나라를 위해 힘써 주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광주·전남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인 법일스님은 "현대사의 산증인이자 민주화와 남북화해, 역사 바로잡기에 몸을 아끼지 않은 분이 우리 곁을 떠난 것은 국가적 불행이 아닐 수 없다"며 "나라의 위기때 방향타 역할을 할 수 있는 또 한 명의 어른을 잃어 슬픔이 크다"고 밝혔다.


이밖에 터미널, 광주역 등에서는 사람들이 TV 주변에 삼삼오오 몰려들어 김 전 대통령의 업적을 회고했으며 일부는 대통령 재직 시절 등 과거 모습을 보고 눈물을 훔쳤다.


회사원 김은성(37)씨는 "분단 이후 첫 남북정상회담과 4전5기 끝에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의 고된 역경, 5000년 역사상 최초로 노벨평화상 수상에 이르기까지 말그대로 DJ는 '한국의 넬슨 만델라'였다"며 "그의 드라마틱한 발자취가 국가발전의 소중한 자양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 주요 시설과 도로에도 고인을 기억하려는 시·도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의 흉상과 노벨평화상 수상 자료, 사진 등이 전시된 김대중홀이 조성된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는 아이들의 손을 잡은 시민들이 늘어났으며 목포 후광로에는 운전자들이 잠시 차에서 내려 고인을 추모하며 거리를 걷기도 했다.

광남일보 기수희 기자 hiyaa1020@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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