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점점 다가오는 출구(Exit), 뒤가 무거우면 움직이기 어렵다
기다리던 8월 금통위가 열렸다. 현 정책금리 수준을 그대로 유지하고 당분간 경기 부양적인 통화정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을 뿐만 아니라 최근의 가파른 시중금리 상승은 그 속도가 너무 앞서간다는 당국 차원의 일종의 ‘립 서비스’도 있었다. 우려했던 미국 FOMC도 비교적 무사히 끝났다. 적어도 정황으로만 보면 강하게 반응하진 않더라도 최소한 급속히 약해지는 국면은 아닐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했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달랐다. 향후에 통화당국이 할 액션은 “인하가 아니라 인상”이란 어휘가 주는 중압감에 시장 참가자들은 매수를 하고 싶어도 좀처럼 매수를 할 수 없는 표류 국면에 돌입했다. 기준금리 대비 스프레드나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있다는 위로는 문자 그대로 위로에 그쳤다.
통상적으로 특정한 가격 변수가 무너지는 국면은 크게 둘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매도가 강해 일단 무차별적으로 던지고 보자는 식의 가격 급락이 있으며, 또 다른 하나는 매수가 좀처럼 뒷받침되지 못해 가격이 점점 밑으로 흐르다 힘의 균형이 붕괴되는 경우다.
두 케이스 다 가격이 하락한다는 사실은 동일하나 사태가 해결되는 양태는 전혀 다르다. 먼저 전자는 지난 6월의 경우다. 당시 채권시장은 종전의 완화적인 통화정책 사이클 종결을 새로운 긴축의 시작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강했다. 단기물 금리가 속등하고 장기물은 상대적으로 견고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시간이 경과하자 빠르게 금리 하향 안정화 국면에 돌입했다. 물론 금리 저점의 상향을 동반했지만 말이다.
후자의 경우가 바로 최근 동향이다. 8월 금통위를 기점으로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으나 좀처럼 매수세가 나오지 못했고 장기영역이 주요 임계치를 넘으면서 단기도 동시에 불안해졌다. 금리의 레벨에 상관없이 일단 사태가 진정되기만을 바라보는 형국이다. 적어도 현 국면의 전환을 위해서는 지난 7월 금통위에서 이뤄진 분위기 전환 이상의 모멘텀이 동반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당사는 당초 이번 8월 금통위와 미 FOMC(공개시장위원회) 등 대규모 정책 이벤트를 완료할 경우 정책 불확실성 해소 관점에서 단기적인(1개월 전후)이나마 금리 고점 확인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그러나 정책 이벤트 이후 강세 흐름은 너무나 짧았다.
결국 중장기적(3~6개월)으로 출구 또는 긴축 부담이 상존한다는 것을 인지한 입장에서 매수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금리가 빠진다고 하더라도 이 시점이 오히려 듀레이션 축소 기회라는 기존 시각을 유지한다.
◇ 단기적인 금리 고점의 형성 과정이란 입장
전략적으로 중장기적인 숏(Short) 뷰를 꾸준히 견지하면서도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한 예상을 새롭게 정립할 시점이 됐다. 현 국면에서 본다면 이는 단기적으로 금리 고점이 어디까지 갈수 있느냐에 대한 평가일 것이다.
우선 당사는 현 시점에서 진행 중인 금리 상승이 당초 4분기 이후 통화정책 이슈와 본격적인 경기 회복이 추세적으로 반영됐다는 측면보다는 그에 대한 선행적인 움직임의 성격이 강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지난 금융위기 이후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채권시장에 대한 배려를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는 일종의 불안감이 반영된 측면이 더 크다고 해석하고 있다.
따라서 현 금리 수준이 단기적이나마 금리 고점의 형성 과정이냐 추세적인 상승 국면 진입이냐에 대한 평가는 구체적인 출구 전략의 돌입시점을 어디에 놓고 보느냐와 동일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당사의 경우 아직은 시간적인 여유가 얼마간은 있다는 입장이다. 최근 언론을 통해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는 연내 금리인상이냐 아니냐 가운데 올해는 금리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당사가 금리인상 시기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이미 수 차례 언급했지만 경기가 2Q를 기점으로 다소나마 속도나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당분간 인플레이션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환율이나 원자재 가격 등이 금융위기 이후 급변하는 국면에서 정상 수준으로 복귀했으나 아직 수요 측면에서 물가 상승 압력으로 분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의 행동 시점에 대한 예상은 지난 주부터 상승세로 돌입한 CD금리 수준에 대한 전망과도 직결된다. 보통 CD금리는 통화정책의 변화와 자금 수급 여건을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이번 금리 상승은 은행권의 자금 사정이 지난 수개월간 일방적으로 풍부했던 국면과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는 정황이 반영된 측면이 강해 보인다.
특히 CD금리는 성격상 대출금리의 벤치마크라는 측면이 부각되면서 발행이 없을 경우에 시장의 자금 수급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금리 변경 가능성보다는 시장 여건의 변화를 현실화한다는 쪽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즉 현 CD금리 상승의 속도나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견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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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내 인상은 쉽지 않아 보여, 교란 요인은 부동산
당사는 그러나 연내 금리인상이 쉽지 않다는 견해를 유지하면서도 한 가지 부담스러운 변수가 있다. 바로 부동산 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들어 통화당국의 부동산 문제에 대한 인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경계의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을 비롯해 자산가격 문제에 대해 중앙은행은 비교적 말을 아낀다. 벤 버냉키 FRB의장도 연준 이사 시절 “자산가격 상승분의 100%가 모두 공중에 떠 있는 순수한 버블은 거의 없다(Pure bubble.increases in asset prices that are 100 percent air.are, I suspect, rare)”라고 밝혀 자산가격에 대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강조했을 정도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성태 총재가 언급한 내용은 사실상 부동산 시장에 대한 상당한 견제를 시사한다고 할 수 있다(참고1). 더구나 이번 금융위기가 미국 주택시장이 실질적인 진앙지였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부동산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위한 명분 축적도 이전보다는 훨씬 용이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당사는 경기나 물가와 같은 통상적인 거시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에 그리 큰 비중을 두지 않고 있으나, 만약 연내에 금리인상이 이뤄진다면 부동산이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자산가격 문제가 당국의 행동 시점을 조율하는데 있어 실질적 트리거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 여전히 기준금리는 2.00%
채권시장이 급격한 투자심리 위축으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8월 금통위, 미국 FOMC 등의 통화정책 이벤트가 비교적 큰 무리 없이 마무리됐음에도 일단 현재의 극심한 약세 국면을 반전시킬만한 모멘텀이 부족하다는 불안감이 상당했다.
여전히 정책금리 인상과 같은 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남은 만큼 최근 단기에 걸친 금리 속등은 다소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향후 통화정책이 이미 긴축으로 맞춰진 만큼 불안감이 수시로 노출될 개연성에 대해서는 꾸준히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전략적 측면에서는 주 초반 입찰 이벤트 전후로 연기금, 보험 등 장기투자기관들의 경우 분할 매수 관점에서의 접근을 권고한다. 또 추가적인 경기 위축(더블딥)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우량 회사채의 경우 선취매 관심도 효과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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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현 기자 nh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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