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계명주’를 아십니까

전통주 명칭, “알고 보니 사연있네”


평양지방에서 널리 알려진 전통주인 계명주는 고구려시대부터 즐겨마시던 술이다. 말을 타고 수렵을 즐겼던 고구려인들의 기상과 맞대어 있는 것이 계명주인 셈이다. 하지만 이름만은 시적이고 낭만적이다. ‘여름날 황혼 무렵에 빚어 새벽닭이 울 즈음이면 마시게 된다’ 뜻을 가져 이름도 계명주(鷄鳴酒)다.

신라에는 경주의 교동법주가 있고, 백제에는 한산 소곡주가 있다면, 고구려의 술은 계명주라 할 수 있다. 짧은 시간 내에 당화와 발효를 시킨 속성주로 옥수수, 수수에 약초를 넣어 담근다. 비록 고구려가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진 지 1300여 년이 흘렀지만 계명주의 명맥만은 이어져 평안남도 강동군, 결성 장 씨 집안의 11대 종부가 된 최옥근 씨(경기도무형문화제 제1호)에 의해 고구려의 기상을 맛볼 수 있다.


이처럼 전통주의 이름에는 숨겨진 탄생배경과 맛을 느낄 수 있다. 최근 막걸리의 대중적 인기를 틈타 전통주에도 주당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본격적인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이자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잊혔던 전통주를 복원해 내거나 주류업체들이 현대적 감각의 전통주를 선보이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15일 농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탁주, 약주, 청주, 과실주 등 전통주가 205에 달한다. 이들 가운데 복분자, 안동소주, 문배주 등 익숙한 술도 있지만 계명주, 왕정양조, 이강주 등 이름만으론 그 맛을 알 수 없는 술도 적지 않다.


배상면주가가 지난해 12월 한시적으로 출시한 '맛있는 배로 빚은 술'도 숨은 속사정이 있다. 재작년 배농사가 풍년이 들면서 평년 가격의 절반에도 못 미치자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아까운 농수산물 버려서야 되겠냐”며 “배로 전통주를 한 번 만들어달라”고 요청이 들어와 빚은 술이다.


25% 증류주로 알코올 도수가 높으나 배 특유의 시원하고 풍부한 향을 가지고 있으며 목넘김이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다.


배는 그 동안 맛과 향이 좋아 술로 빚어보려는 시도는 많이 있어 왔지만 배의 수매 단가가 높은 탓에 주류 제조업체에서는 개발은 해놓고 수지가 맞지 않아 출시는 미뤄왔었던 터라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는 게 배상면주가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전통주 이름은 제조방법과 거기에 사용된 재료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송화백일주는 찹쌀, 백미, 누룩을 원료로 송화가루를 혼합해 숙성시킨 후 증류 다시 솔잎, 산수유, 오미자 등 한약재와 함께 숙성 여과한 후 100일 동안 저온 장기 재숙성해 제조한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이 밖에 인삼 누룩으로 만든 ‘금산인산주’, 양조기간이 100일이 걸리는 ‘계룡 백일주’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출신지역을 대표해 이름을 짓기도 한다. 안동지방에서 전승된 안동소주, 가야곡의 맑은 물과 찹쌀을 사용한 가야곡왕주 등이 손꼽힌다. 특히 김천과하주는 김천이외의 지역에선 맛과 향이 제대로 살릴 수 없는데 그 이유는 물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엣 문헌까지 있을 정도로 지역특산물이다.


실제 금릉승람에 따르면 김천과하주는 익산의 여산주와 문경의 호산춘과 더불어 전국에서 이름난 술로 유명했고, 김천 남상동에 있는 샘을 ‘과하주샘’이라 불렸는데 바로 이 샘물로 과하주를 빚었다고 한다.


과하주의 재래 양조법은 찹쌀과 누룩가루를 같은 양으로 섞어 떡을 만들고 물을 넣지 않고 독에 밀봉해 저온으로 1~3개월 발효시켜서 만든다. 이렇게 해서 빚은 과하주는 알코올 13~14도 정도로 독특한 향기가 있고 맛이 좋다.


AD

향과 맛이 좋아 조선시대에는 임금께 진상하는 상품주로 손꼽혔지만 일제 강점기때 한때 맥이 끊기기도 했다. 여름을 지나는 술이란 뜻에서 과하주(過夏酒)라는 이름이 붙였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 한 주류업체에서는 고서(古書) 속에서 등장했던 고려시대의 고급탁주 이화주를 복원했다”며 “배꽃이 필 무렵 빚는다는 뜻의 고급술인 이화주의 성공여부가 막걸리와 같이 값싸고 대중적인 술에서 고급 명주(名酒)까지 전통주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늘리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이규성 기자 bobos@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2.2508:00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음악 넘어 문학·음식으로 영토 넓혔다…150만 빅데이터가 증명한 한류의 진화

    K팝에 의존했던 한류 소비 지형이 문학과 영화, 음식으로 다변화했다. 지식재산권(IP)이 한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실질적인 관광 수요와 수출 수익까지 견인하는 핵심 산업 동력으로 진화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정보원은 25일 이 같은 현상을 입증하는 '2025 외신·소셜데이터로 보는 글로벌 한류 트렌드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른 나라 매체와 누리소통망(SNS) 자료 150만 건을 샅샅이 분석해 한류의 확산 구조

  • 26.02.2508:00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화면 뚫고 나온 IP…넷플릭스 1위 애니가 실물 경제를 집어삼켰다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온라인 화면을 뚫고 나와 실물 경제를 견인한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입증한 지식재산권(IP)의 힘이다. 단순한 영상 소비를 넘어 관광, 식음료, 정보통신기술(IT) 등 산업 전반을 집어삼키며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판도를 바꾼다. 이 작품은 시청 수 3억2510만 회를 기록하며 역대 넷플릭스 영화 시청 1위라는 대기록을 썼다. 15주 연속 시청 순위 10위권에 진입하며 영

  • 26.02.2508:00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레몬' 대신 '감귤'…치밀한 현지화가 K드라마 장르 한계 깼다

    피 튀기는 장르물에 집중했던 한국 드라마의 성공 공식이 진화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가 다각적 현지화 전략의 실효성을 입증했다.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이 로맨스물은 자극적인 소재 없이 세계적인 흥행을 달성했다. 비한류권인 멕시코에서조차 9주 연속 넷플릭스 시청 수 10위권에 진입하며 지식재산권(IP)의 장르적 스펙트럼과 소비 영토를 동시에 넓혔다. 압도적 성과의 이면에는 각국의 문화적 맥락을 파고든

  • 26.02.2508:00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장벽 깬 거대 IP의 명암…'오징어 게임' 평점 6.7점 추락이 남긴 경고

    한국 영상 콘텐츠가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주류로 안착했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리즈가 지식재산권(IP)의 폭발력을 명확히 증명했다. 이 작품은 넷플릭스 역대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시즌 1, 2, 3이 나란히 시청 수 1, 2, 3위를 싹쓸이하는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썼다. 흥행은 화면을 넘어 실물 경제와 문화 산업 전반으로 파급력을 넓혔다. 글로벌 식음료 및 패션 브랜드와의 연이은 협업이 이를 증명한다. KF

  • 26.02.2508:00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5·18 비극이 홀로코스트 위로했다…세계 상처 어루만진 K문학

    한국 문학이 변방의 언어라는 태생적 굴레를 벗고 세계 문학의 중심부로 진입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결정적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일회성 호기심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의 지적 독서로 번졌다. 한국문화정보원의 빅데이터 분석은 이를 객관적 수치로 입증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직후 한국 문학 관련 외신 보도 비중은 전 분기 1.2%에서 32.4%로 30%포인트 이상 뛰었다. 유력 매체들은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 26.02.2615:31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성치훈 "송영길, 계양을 김남준에 양보해야"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2월 2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성치훈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과 함께 오늘 생생토

  • 26.02.2514:37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박원석 "김어준 선 넘어, 이언주 자중해야",이태규 "공취모, 비민주·반민주적"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박원석 전 의원, 이태규 전 의원(2월 23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이태규 전 국민의힘 의원 그리고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두 분 모시고 핫이슈 생생토크 하겠습니

  • 26.02.2310:59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정성장 "김여정 VS 김주애 권력투쟁 가능성 희박"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 출연 :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2월 20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북한의 9차 당대회가 19일 개막했습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딸 김주애의 세습과 관련해서 9차 당대회에서

  • 26.02.2015:42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김윤형 "송영길 100% 전대 출마", 하헌기 "전략공천 해야"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하헌기 더불어민주당 전 부대변인과 김윤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 모시고 핫이슈 관련해서 얘기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소종섭 :민주당 얘기 좀 해볼까요? 송영길

  • 26.02.1915:25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젊은 서양인들'이 한국에 몰려온다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거리를 다니다 보면 외국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어느 순간 그렇게 됐다. 서울이 뉴욕의 축소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 많은 외국인은 어디서 왔을까? 법무부 출입국 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