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제3 훈련비행단 군견소대 체험기
일반인들의 경우 군견은 육군이 관리하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한국군 군견1호는 공군에서 배출했다. 특히 대표적인 군견양성기관으로 손꼽을 수 있는 곳은 육군의 제1군견 훈련소와 공군 제3 훈련비행단(단장 박재구.준장. 공사 28기) 예하 군견소대다.
지난 20일 호우주의보가 발령된 경남 사천 공군 제3훈련비행단을 찾았다. 비행단 활주로를 지나 군견소대에 들어서자 군견 28두가 있는 견사장이 눈에 들어왔다. 군견소대 김석종 소대장(상사.부사후 123기)의 안내로 들어간 견사장에는 35kg에 육박하는 군견들이 낯선 사람을 보자 우렁차게 짖어대며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같은 자세를 잡았다. 우선 군견과 친해지는 것이 급선무. 군견을 훈련시키는 장병을 지칭하는 핸들러(handler)는 담당군견과 6개월가량 친분을 쌓지만 단시간에 친해지는 것은 무리라고 설명했다.
같은 소대 장병들도 담당군견이 아니면 섣불리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군 군견은 기지내 전투기 주기장과 침입자를 막는 야간 순찰임무를 주로 수행하는데 이때도 핸들러만이 행동을 같이 할 수 있다. 핸들러 지시에 따라 지난해 공군군견경영대회 탑 도그(Top Dog)에 선정된 조커(세퍼트.5살)에 다가갔다. 군견경영대회는 포발물 탐지, 명령복종, 공격능력, 체력능력 4개 종목을 측정하는 대회로 탑 도그로 선정된 군견은 자연사할 수 있는 영광까지 누리게 된다.
견제하는 조커에게 1시간가량 몸에 빗질을 해주고 몸을 비벼대니 날카롭던 경계눈빛을 조금씩 풀고 기자의 채취를 맡기 시작했다. 다음단계는 기본적인 명령훈련. ‘앉아, 엎드려, 기다려, 따라’ 구호에 맞춰 군견을 어떠한 상황에도 복종하게끔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핸들러가 아닌 외부인신분인 기자의 명령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군견 조커와 1년여 동안 호흡을 맞춰온 핸들러 김성훈 병장은 “평소에는 개의 성격에 대부분 맞춰주지만 언제든지 군견을 제압할 줄 알아야 하며 지금은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난감 공으로 호흡을 맞춘 후 간단한 장애물넘기를 시도해봤다. 군견보다 일찍 달리거나 늦게 달려서도 안되며 일정한 거리에서 ‘뛰어’ 라는 명령도 내려야 한다. 이러한 훈련을 통해 군견과 핸들러는 호흡을 맞출 수 있으며 기초체력을 쌓는다는 것이다. 장애물 넘기를 재차 반복하다보니 군견의 달리기 속도를 잡지 못해 금새 숨이 차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범벅됐다.
오후에 사료는 주고 친분을 더 쌓은 후 대항군을 향해 공격명령을 내려 보기로 했다. 군견맞은편에서 대항군은 안전복을 착용하고 공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선동에 들어갔다. 대항군은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핸들러를 공격할 듯한 소리를 내자 얌전했던 군견은 앞으로 뛰쳐 나갈듯 전진하려 했고 핸들러는 지속적으로 공격명령을 내렸다. 손으로 잡고 있는 군견줄은 손바닥에서 미끄러져가고 군견이 이끄는 힘에 몸을 제어하기 버거웠다.
군견 에이스 핸들러인 양성화 병장은 “동물을 좋아해 군견소대에 지원했지만 공격적인 모습을 볼때면 긴장하게 된다”며 “군견도 사람과 같이 다양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공격명령 등을 지시할때는 핸들러와의 호흡과 믿음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엔 역할을 바꿔 대항군으로 군견을 선동해보았다. 오전까지만해도 친근하게 느껴졌던 조커에게 위협적인 행동을 가하자 금새 미간을 찌푸리고 으르릉 거리며 날카로운 이빨을 보였다. 좀더 다가가자 흥분한 조커는 앞발을 들며 달려 들려했고 순식간에 방어복으로 감싼 손을 낚아채 흔들었다. 조커를 떼내려 손을 흔들수록 악력은 점점 더 가해오고 핸들러는 방어복을 버리라고 했다.
군견을 떼어낼 수 유일한 방법은 방어복을 벗는 것뿐이라는 것이다. 선동이 끝난후에도 조커는 자신의 잇몸에서 나온 피가 묻어있는 방어복을 쳐다보며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김석종 소대장은 “훈련시 사고위험률을 낮추는 유일한 길은 핸들러와 군견이 친숙함을 도모하는 것뿐이며 이에 서로 짝을 정해줄때부터 신중을 기한다”고 설명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사진제공=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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