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확보하기로 한 1300여만 명 분의 신종플루 백신 중 절반이 녹십자에게 배당됐다.
백신 납품을 위해 녹십자 등 5개 제약사가 경쟁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지만, 정부가 각 제약사에게 주문량을 어떻게 배분할지 여부는 공개된 바가 없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16일 "전체 정부 조달물량인 1336만 명분의 신종플루 백신 가운데 50%는 외국계 제약사 4곳, 50%는 녹십자 1개사로부터 구입하기로 했다"며 "국내외로 안정적으로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물론 각 제약사들이 납품 시한 내 물량을 공급할 여력이 있느냐가 관건이지만, 녹십자 입장에선 정부예산 1930억원 중 최소 절반을 확보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1차 구매분으로 182억원, 130만 명분에 대한 백신 확보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원칙에 따라 첫 물량의 50%인 75만 명분, 91억원 어치는 박스터, 노바티스, GSK, 사노피파스퇴르 등 4개사에 지명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나머지 절반은 녹십자와 수의계약을 진행중이다. 백신의 납품 기한은 양 쪽 모두 11월 30일이다.
또 앞으로 사용할 예산 1748억원에 대해서도, 녹십자에 50%를 할애하는 원칙으로 진행할 방침이라고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말했다.
한편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각 제약사들의 이해관계와 생산능력에 따라 다소 변화될 여지도 남기고 있다.
16일 현재 외국계 제약사들은 정부가 제시한 가격(1도즈 당 7000원)이 지나치게 싸다며, 4개사 모두 입찰에 응하지 않았다. 녹십자와의 가격 협상도 곧 이루어질 것이지만 협상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한 외국계 제약사 관계자는 "국제적으로 1도즈 당 10달러(약 12600원), 비싸게는 10유로(약 180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며 "외국 제약사들이 가격에 불만을 갖거나 일부는 11월 30일까지 납품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입찰에 응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가격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입장은 다소 단호하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차후 협상을 통해 가격이 다소 올라갈 수 있겠으나, 당초 계획한 물량(1336만 명분)이 크게 변하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제 시세 수준의 가격 인상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 국제 시세보다 다소 낮은 가격에 협상이 이루어지길 희망하고 있으며, 외국산은 국내산보다 조금 더 비쌀 수 있을 것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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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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