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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메신저]울트라의 화려한 테마여행

"대운하를 연결하려면 경북과 충북 사이 험준하게 자리잡은 문경새재 등 높은 산악 밑으로 수중 터널을 뚫어야 한다."


이 논리(?)에 조용하던 중형 건설사 울트라건설이 이름처럼 주식시장의 울트라 주식이 됐다. 2007년 12월 대선때만 하더라도 8000원선을 오르내리던 울트라건설은 2008년 들어 폭등을 시작, 2월초에는 장중 2만9750원까지 올랐다. 울트라건설은 1990년대 초반 북악터널 공사를 하는 등 터널 공사에 강점을 가진 중견 건설사였다. 수중 건설 면허가 있다는 이유로 지방의 중소 건설사들을 대운하 테마로 만들어 수십배씩 올린 증시의 테마작가들은 이를 놓치지 않았던 것이다.

이때 이후 울트라건설은 철저히 대운하 테마와 함께 등락을 거듭했다. 2007년 기준 매출이 2000억원 가까이 됐지만 실적은 철저히 무시됐다. 2008년 들어 실적이 좋아지면서 매출이 3400억원을 넘었지만 오히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었다. 2월초 3만원에 육박하던 주가는 10월말 4000원선이 붕괴되기까지 했다.


지난해 말부터는 정부의 4대강 정비사업 발표가 힘을 보탰다. 4대강 사업이 결국 대운하 사업으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감이 '투심'에 불을 지르며 울트라건설도 5월 중순 2만원 근처까지 올랐다.


이 불길은 6개월만에 다시 꺼졌다. "임기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찬물을 끼얹었다. 울트라건설도 한달만에 반토막이 났다. 최근엔 엎친데 덮친 격으로 관급기관의 부정당업체 제재에 따라 56일동안 관급공사 입찰참가 제한을 당했다.


이번 타격으로 울트라건설이 계속 대운하 테마에 엮여 움질일 지 속단하긴 어렵다. 중요한 것은 실적이 뒷받침될 가능성이 낮은 테마에 편승한 결과다. 운좋게 상승기류에 올라타 돈을 벌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거품이 꺼질 때 대규모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울트라건설의 화려한 테마여행이 가르쳐 주는 교훈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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