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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세상 씁쓸한 자화상, 초식남과 건어물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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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온라인세상에서 이른바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새로운 개념으로 떠오르고 있다. 관련된 공방도 뜨겁다. 둘 다 일본에서 처음 회자된 용어로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방송 등 언론에서 다뤄지기도 했다.


'초식남'은 기존의 남성상인 '육식남'과 반대되는 의미로 공격적이지 않고 온순하며 다른 이들과의 교제 등 사회생활보다는 자신에게만 집중하는 스타일을 뜻한다고 한다. 네티즌들은 초식남이 "이성교제 보다는 독신생활을 즐기면서 개인적 취미에 많은 투자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건어물녀' 역시 연애 보다는 집에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 건어물처럼 마음이 말라버렸다고 해서 붙여진 명칭이라고 한다. 정리하자면 둘 다 상대보다는 나를 더 사랑하는 '자기애'가 강한 스타일이고, 밖에서 다른 이들과 교제하는 것보다 집에서 혼자노는 것을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온라인 세상에는 이 새로운 개념의 등장과 함께 '초식남 테스트', '건어물녀 테스트' 등이 돌아다니고 있다. 초식남 테스트를 보면 '격투기가 왜 재밌는지 모르겠다', '소녀 취향의 만화가 싫지 않다', '여자들과 잘 어울리지만 연애로 발전하지 않는다' 등의 항목으로 돼 있고 이중 몇개 이상과 일치하면 '초식도'가 충족된 '초식남'이라고 한다. 건어물녀에 대한 테스트도 비슷하다.

이같은 현상은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드라마 등에 등장하는 캐릭터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들은 각각의 테스트에 자신을 대입해 보며 스스로 '초식남'과 '건어물녀' 정도를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이 개념의 등장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한 네티즌은 "정형화된 삶을 사는 현대인들 중 일부가 자신만을 위해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경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이를 그럴듯한 말로 포장한 것"이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자신에게 투자할 충분한 돈과 시간이 있으면서도 여성적인 감수성을 가진 이들을 초식남이라고 하면 먹고살기 힘들어 현실에 안주할 수 밖에 없는 대다수는 뭐냐"면서 항변섞인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남성을 초식남과 육식남으로만 구분할 수 없다"면서 "대부분 현실에 지친 잡식남이기 쉽다"고 자조 섞인 댓글을 올린 네티즌들도 있었다.


사회가 '초식남'과 '건어물녀'를 만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초식남의 경우, "가족과 사회를 위해 헌신했지만 결국 행복하지 못했던 아버지 세대를 보고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난 것"이라고 분석하는 네티즌도 있었다. "88만원 세대라는 말이 있듯이 가정을 꾸리기 여의치 않는 이들이 자신의 행복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은 것"이라는 견해를 적은 글도 보였다. 비정규직과 인턴이 대다수인 요즘 젊은이들이 행복 추구를 위해 드디어 자신에게만 집중하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초식남'과 '건어물녀'가 현실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취향과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요즘 젊은이의 모습인지, 아니면 최소한의 돈으로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투자할 수 밖에 없었던 88만원 세대의 초상인지, 온라인 세상의 공방이 갈수록 뜨겁기만 하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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