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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얼굴의 은행'...대출 미끼로 적금 강요

16개 은행, 중소기업 대출 '꺾기' 무더기 적발

A은행 모 지점은 작년 3월 한 중소기업에 7억원의 할인어음 한도대출을 해준 뒤, 자발적으로 적금을 가입한다는 확인서를 징구하고 월불입액 1000만원의 정기적금을 가입시켰다. 이후 가압류나 인감 분실 신고서 접수 등 정당한 사유가 없는데도 지급정지 계좌로 임의 전산등록, 해당 기업의 예금인출을 제한했다.


국내은행들이 중소기업에 대출을 해주면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금융상품 가입 강요 등을 하는 '구속성 행위'(일명: 꺾기)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28일부터 5월22일까지 약 한달간 산업·수출입은행을 제외한 16개 국내은행을 대상으로 실태검사를 벌인 결과, 이들 은행의 687개 점포에서 총 2231건(430억원)의 꺾기 행위가 적발됐다고 1일 밝혔다.

꺾기 형태별로는 예·적금 등에 대한 임의 인출제한이 1797건(391억원), 대출 실행일 전후에 차주의 자발적 가입 확인서 없이 금융상품에 가입시킨 건이 434건(39억원)이었다.

꺾기를 강요한 금융상품별로는 예·적금이 1963건(88.0%)으로 압도적이었고, 펀드 241건(10.8%), 보험 25건(1.1%) 순이었다.

문영민 금감원 기업금융2실장은 "검사 결과 위규 행위자 805명에 대해 관련법규에 따라 제재심의 절차 등을 거쳐 엄중 조치할 것"이라며 "구속성 예금으로 적출된 건에 대해서는 중소기업 금융비용부담 완화를 위해 특별예대상계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금감원은 꺾기 근절을 위해 차주가 자발적으로 금융상품에 가입한다는 확인서제도를 폐지키로 했다. 은행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확인서를 받아놓고, 문제가 불거지면 규제 회피용으로 이용한다는 판단에서다.

확인서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대출일 전후 한달 이내에 월납입금이 대출액의 1%(일시납입은 6%)를 초과하면 무조건 꺾기 행위로 규정하기로 했다. 물론 이 비율에 못미쳐도 비자발적 상품 가입이 확인되면 꺾기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또 꺾기 발행 가능성이 높은 비우량 등급(10등급 기준 6등급 이하) 중소기업 등으로부터 금융상품을 수신한 실적은 영업점 성과평가(KPI) 대상에서 제외해 일선 영업점의 꺾기 유인을 차단하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이밖에 구속성 예금 양성화를 위해 1999년 도입된 보상예금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보상예금제도란, 은행과 일정 수준의 교섭력을 갖춘 여신잔액 5억원 이상 거래처가 대출조건 개선·상환자금 마련 등을 위해 대출과 관련한 예금에 가입하는 것을 허용하는 제도이다. 금감원은 다만 보상예금 가입 상한을 대출액의 20%수준으로 제한하고, 남용을 막기 위해 은행이 업체에 가입조건을 사전에 제시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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