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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비밀주의 논란, 국가간 갈등 비화

스위스의 비밀주의를 둘러싼 논란이 국가간 갈등으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스위스 금융권의 한 관계자가 “미국과 영국처럼 탈세가 손쉬운 나라도 없다”는 폭탄발언을 하며 은행 비밀주의를 포기하도록 압박하는 일부 선진국들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스위스 민간은행 미라보(Mirabaud)의 이브 미라보(Yves Mirabaud) 매니징 파트너는 29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스위스 은행 비밀주의에 대한 단속이 이루어지면서 스위스와 나머지 국가들의 ‘경제 전쟁’이 발발했다”고 말했다. 스위스 은행주의에 대한 압박이 규제에 대한 제재를 넘어서 국가 간 경제적 갈등으로 비화됐음을 표현한 것이다.

미라보는 “영국과 미국에서 탈세를 하는 것처럼 쉬운 일은 없다”며 “영국령 채널아일랜드나 미국의 델라웨어의 기업들을 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영국이 자국의 조세회피에 대해서는 묵인한 채 스위스의 비밀주의를 압박하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미라보는 영미 등 주변 경쟁국들이 힘을 앞세워 스위스 괴롭히고 있는 것처럼 묘사했다. 그는 “(스위스에 대한 압박은)단순히 조세 회피처의 문제점을 개선하려는 것 이상”이라며 “스위스는 작고 힘없는 나라일 뿐”이라고 호소했다.

스위스은행들은 고객에 대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철통같은 비밀주의로 전세계 검은 돈의 ‘은닉처’ 역할을 해왔다. 미국과 영국, 독일을 중심으로 전세계가 스위스 은행들에 이를 공개토록 압박을 넣으면서 스위스은행가협회(SPBA)는 필요하다면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은행고객 명단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며 한 발 물러선 상태다.

반면 한스 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대통령 겸 연방재무장관은 “비밀주의에 관해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비밀주의 논쟁은 특히 미국 법무부가 스위스 최대은행 UBS를 상대로 탈세 혐의가 있는 부유층 미국인 5만2000명의 명단과 계좌내역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더욱 촉발됐다. 미라보는 UBS에 대해 “서투르게 대처했고 스위스 금융권에 도움이 안됐다”고 평했다.

아울러 미라보는 비밀주의 논쟁이 현재까지는 영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고 있지만 불확실성으로 향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려했다.

그는 “고객들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 질문을 하지만 대답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고 우리만의 무기를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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