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가 미국·프랑스 등 주요국과 고객에 대한 정보를 공유키로 함에 따라 철통같은 비밀유지로 세계 부유층들의 절대적 신뢰를 받아온 비밀주의와 결별을 선언할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은행가협회(SPBA)의 주요 회원들은 고객들이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고 인정하고, 만일 필요하다면 조세회피 가능성이 있는 은행고객 명단을 공유할 의사가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 같은 태도 변화는 미국에서의 탈세방조 사건을 계기로 스위스 금융 비밀주의의 비난 여론에 빌미를 제공한 UBS를 비롯한 스위스 금융기관에 대한 국제적 압력이 거세진 데 따른 것이라고 FT는 보도했다.
이에 앞서 스위스는 미국과 조세 회피 가능성이 있는 은행고객명단에 대한 정보 공유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프랑스에는 자국의 일부 은행계좌 정보를 제공하기로 지난 주말 합의한 바 있다.
FT는 조세 회피자들을 추적하기 위한 정보교환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각국간 릴레이 협정이 잇따를 예정인 가운데, 23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조세투명성 관련 각국 장관회의는 조세피난처와의 전쟁을 위한 뉴딜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세피난처를 무너뜨리기 위한 각국간 국제공조 현황에 대해 검토하고 추가대책을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1월 이후 30개 이상의 조세 회피 가능성 명단 공유협정이 맺어진 가운데, 아직도 정보공유를 거부하고 있는 일부 조세피난처 후보국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특히 독일과 프랑스 주도로 이뤄지는 이번 회의에는 한스 루돌프 메르츠 스위스 재무장관이 참석해 의미심장한 자리가 될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3월, 스위스를 당초 조세 회피지역 명단 가운데 '블랙 리스트'에 올릴 방침이었으나 스위스가 적극 개혁하겠다고 밝혀, 국제 기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앞으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 '회색국가'로 분류했다. 이에 따라 FT는 스위스 은행들의 투명성 재고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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