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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맞을 확률에 목숨 건 사람들

"미쳐도 좋으니 돈벼락 한 번만"



# "나보고 미쳤다 해도 좋으니 수십억 돈벼락 한 번 맞아 봤으면 좋겠다"

지난 20일 늦은 오후, 1등 당첨자를 10명이나 배출하며 대표적인 '로또명당'으로 자리잡은 서울 상계동의 한 복권 판매소.

모자를 눌러쓴 40~50대 중년 남성 10여명이 줄지어 숫자를 고르고 있다. 대부분은 자동선택으로 숫자를 고르지만 게중에는 서넛이 모여 '이번엔 10번대 숫자가 연이어 나올 가능성이 크다', '40번대 하나 이상은 꼭 들어 갈 것 같다'는 식으로 의논해 찍기도 한다.

가만히 보면 다들 '로또 도사'들이다. 순식간에 '이들이 찍어주는 대로 나도 하나 사면 오늘은 꼭 당첨될 것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혔다.

'로또명당'을 찾아 목동에서 원정 왔다는 고 모씨(47)는 "밥 굶고 잠 안자는 거 다 참을 수 있으니 딱 한 번만 '대박' 터뜨렸으면 좋겠다", "내가 봐도 로또를 즐기는 수준은 넘어선 것 같다"며 애써 웃음을 지었다.

장보러 나왔다 로또 한 장을 지갑 속에 넣어가는 주부 정 모씨(39)는 "습관적으로 토요일 오후만 되면 로또를 사게되는 것 같다"며 "재미없는 일상에 '혹시나' 하는 희망을 갖게 해준다"는 말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불황타고 온 '제2의 전성기'

'여섯개의 숫자'와 '벼락맞을 확률'에 목숨 건 사람들이 늘고 있다.

좀처럼 벗어날 줄 모르는 경기침체 속에서 로또가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2년 12월 로또복권 판매가 시작된 직후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로또 '패닉'상태에 빠졌다. 일주일 내내 6개 숫자에 대한 이야기들만 오갔고 '1등 당첨된 사람은 주변 사람들에게 다 뜯기기 전에 받자마자 외국으로 날라야 한다', '우선 집 한채 사고 몇 억을 은행에 넣어두고...' 라는 등 '내게도 언젠가는 행운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국민들 마음속에 아로 새겨졌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 2004년 1게임 가격이 2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아지면서 당첨금액도 자연스레 하향조정됐다. 최고 400억원을 넘었던 1등 당첨금도 10~30억대로 주저앉았다. 물론 마니아들은 항상 로또 곁에 있었지만 이전만큼의 사회적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살림살이가 팍팍해진 서민들이 다시 '숫자'에 올인하기 시작했음을 북적북적한 가게가 대변해 주고 있다.

2002년부터 로또를 판매하기 시작했다는 한 상인은 "요즘 로또 판매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라며 "진지하게 로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젊은 학생들도 자주 온다"고 말했다.

또 서울 양재동 주변의 다른 판매자도 "너도나도 생활이 어렵다 보니 로또에서 삶의 낙을 찾으려는 것 같다"며 "일주일에 10만원어치 넘게 사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고 귀띔했다.


이제 로또도 '과학'이다

'로또'의 어원은 이탈리아어 로또(Lotto)로 '행운'을 뜻한다. 실제 행운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맞이하는 것으로 45개 숫자 중 6개를 모두 맞춰 1등에 당첨될 확률은 815만 분의 1로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한다.

그러나 로또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행운'을 '과학'으로 풀고자 하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로또 당첨자로는 최초로 케이블 TV에 출현한 박삼수 씨는 1등을 포함해 무려 50회 이상 로또에 당첨된 경험이 있다. 그는 노하우를 묻는 질문에 "당첨은 운이 아니라 연구와 노력의 산물"이라고 대답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 로또정보사이트 로또리치의 골드회원으로 지난 6일 1등에 당첨된 김 모씨도 "과학적 분석으로 당첨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해 더욱 귀를 솔깃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로또리치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회차별 당첨정보·완벽분석·전문가 분석실은 물론, 서로 숫자를 예상해 주고 이를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사이트를 이용한 후 당첨에 성공한 사람들의 후기는 수만 건은 가볍게 넘겨버리기 일쑤다.

여기에 골드회원에 가입하면 매주 로또 1등 예상번호 제공, 결과 실시간 알림이, 로또 통계 서비스 무제한 제공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 '한방'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필수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말하는 공통점은 단 하나다. '놀랄만한 당첨 확률'.

로또리치는 18번의 1등 조합배출에 성공했다.

석 달 전에 리치로또에 가입했다는 신입사원 황 모씨(28)는 "실제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어느정도 확률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무작정 기적이 오길 바라는 것은 구시대적인 것이다. 그래서 젊은층에서도 많이 이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토요일 상계동에서 '37'번을 찍어라?

나눔로또가 지난해 6월 30일부터 7월 1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복권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최근 6개월간 로또를 구입했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34.4%를 차지했다.

이들이 로또를 구입하는 이유로는 '당첨금이 커서'가 74.3%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일주일간 희망과 즐거움을 줘서(39.3%)'라는 응답도 많았다.

성별로는 남자가 63.4%인 반면 여자는 34.8%에 그쳤으며 연령별로는 40대의 59.6%, 30대의 56%가 지난 6개월 간 로또복권 구입 경험이 있음을 털어놨다.

로또는 추첨이 마감되는 날인 '토요일'에 구입하는 사람이 37.7%로 가장 많았으며 금요일 29.6%, 월요일 6.2%, 수요일 4.4%, 목요일 3.9%, 화요일 2.3% 순이었다. 발표와 임박해 로또를 구입하는 이유로는 '추첨이 마감되는 날이라서'가 37.2%, '당일 확인 가능해서'가 16.1%로 추점 시점이 구입 시기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

1~328회까지 가장 많이 당첨된 번호는 37번으로 총 65회 였으며 1번 64회, 17번 61회, 2번 59회, 19번 58회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로또 판매가 시작된 이후 1등을 가장 많이 배출한 곳은 서울 상계동의 '스파'로 10번이나 나왔다. 부산 범일동의 '천하명당 부일카서비스'는 8회, 경남 양산시의 'GS25'와 충남 홍성군의 '천하명당 복권방'은 각각 7회를 기록했다.

이현정 기자 hjlee303@asiae.co.kr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강미현 기자 grobe@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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