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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스물여덟' 조안이 중학생 역도선수로 변신했다. 실제 나이보다 열 살 이상 어린 데다 촌스럽기 그지 없는 패션감각을 자랑하는 시골 소녀 영자가 조안이 영화 '킹콩을 들다'에서 맡은 역할이다.
'킹콩을 들다'는 좌절한 역도 국가대표선수가 시골 소녀들을 역도선수로 키워내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을 그린 영화. 스포츠 영화인 만큼 조안에게 결코 쉬운 작품이 아니었다. 주연으로서 작품의 한 축을 맡아 끌고 가야 하는 역량도 보여줘야 하고, 나이 어린 후배 배우들을 이끄는 동시에 때로는 조연으로서 다른 배우를 부각시켜주는 배려도 갖춰야 했기 때문이다.
"연기자 선배들이 제게 해주셨던 걸 저도 신인들에게 해주고 싶었어요. 드라마에 출연할 때 어떤 대선배께서 '이 신은 네 신이니까 난 널 받쳐줄게'라고 말하신 적이 있어요. 그제서야 내가 모든 신에서 돋보여야 하는 게 아니란 걸 알았죠. 후배들과 있을 때 그런 걸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킹콩을 들다'에서 조안은 앞으로 나가야 할 때와 뒤로 물러설 때를 잘 파악해 연기의 강약을 조절한다. 조안이 연기자로서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었던 것은 캐릭터 특성상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려야했기 때문이었다.
"영자라는 인물을 위해 분장한 제 모습을 처음 보고 '약해, 더 망가져야 해'라고 말했어요. 다른 친구들보다 더 약한 것 같았죠. 그래서 피부를 더 까맣게 만들다 보니 피부에 버짐도 많이 피게 됐어요. 다른 작품에서는 메이크업 때문에 촬영 중 쉬는 시간이 있어도 마음대로 못 자는데 이번엔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잘 수 있어서 편했어요."
조안에게 '킹콩을 들다'는 새로운 세상이었다. 그래서 배우로서 오기도 생겼다. 어설프게 망가지고, 어설프게 연기해서 욕 먹고 싶지 않았다. 외모 때문에 창피한 건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다만 연인인 박용우에게 보여주는 건 "쑥스러웠다"고 솔직히 고백했다.
"다른 사람에겐 당당했지만 오빠(박용우)에게는 쑥스러웠어요. 원래부터 촬영 현장에 가족이나 남자친구가 오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오빠에게도 오지 못하게 했어요. 연기에 집중이 안 되거든요. 이번에는 가볍게 연기할 수 있는 장면이 거의 없어서 더했죠."
2003년 '여고괴담3-여우계단'부터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한 조안은 신인 티를 벗으며 벌써 10여 편이 넘는 작품들을 필모그래피에 차근차근 쌓아가고 있다. 어느덧 '여고괴담' 후배들도 늘어 "뿌듯한 마음"도 든단다. '킹콩을 들다'에서 보여준 연기로 칭찬도 많이 듣고 있지만 "다시 봐도 챙피하다"는 말을 반복한다. 괜한 겸손이 아니라 진심이라고 얼굴 표정이 말한다.
한국 나이 스물여덟의 조안에게는 안이한 만족보다 진취적인 불만이 더 어울린다. 조안은 29일 방송을 시작한 KBS 일일드라마 '다함께 차차차'로 안방극장 시청자들과 재회했다. '킹콩을 들다'와는 정반대 세계의 철 없는 부잣집 딸 역할이다. 조안에게서 어디선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 엿보인다면 그 시작은 '킹콩을 들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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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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