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퇴근 후엔 집안에 콕' 건어물녀가 떴다



사례 #1

"영인씨는 어쩜 그리 완벽해? 일도 잘하고 얼굴도 이쁘고. 근데 왜 남자친구가 없지??"

직장생활 3년차의 유영인(가명·30)씨는 밖에서는 정말 말 그대로 완벽하다. 일처리는 빠르고 정확하게, 사람들을 대할 때는 친절함이 넘친다. 외모도 나무랄 점이 없다.

기초화장부터 아이라인 마스카라의 정확도와 풍성함, 복숭아 같은 볼터치의 농도까지 한 점 오류없이 꽃 같은 미모를 뽐낸다. 그러나 집에만 들어오면 각종 보정속옷(푸시업 브라, 힙업 팬티 등)을 패대기 쳐버리고 구멍난 티셔츠에 츄리닝(?)을 대충 걸치고 앉아, 컵라면으로 대충 끼니를 때운다.

집안이 쓰레기 더미이지만 '청소는 나중에 하지 뭐'라고 생각하며 노트북을 켜고 잠들때까지 '미드(미국드라마)'를 내리본다.

가끔 친구들의 성화에 외출을 하기도 하지만 금새 피곤해지고 친구들의 재잘거림이 성가시기만 하다. 주변인들이 소개팅을 해주겠다고 해도 별로 마음이 동하지 않고 마음에 드는 남자도 없으며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라고 생각한다.

미드의 남자 주인공에 푹 빠져 있는 요즘 평생 싱글로 살까 두렵기도 하지만 도무지 사생활에 대한 의욕이 나지 않는다.

사례 #2

연봉 8000만원이상을 받는 '골드미스 김태순(가명·37) 씨도 영인씨와 비슷한 처지다. 회계직에 종사하는 그녀는 37살의 싱글. 매일 자정이 다 되어 퇴근하는 김 씨는 집에오면 지난 분기의 히트 드라마 '꽃보다 남자'를 VOD로 시청하거나 만화책을 본다.

30평의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지만 인테리어에 관심이 없어 거실은 빨래건조대와 커다란 TV외엔 휑댕그렁하다.

직장 상사 등 주변인들에게서 선을 보라는 권유도 많지만 시큰둥하다. 연애에 관심은 있지만 '막상하게 되면 왠지 귀찮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가끔 연애나 결혼에 대해 상상해보긴 하지만 그 끝은 늘 허무하다.

김 씨는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가 많다며 자신의 현재 생활이 전혀 연애를 할 수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트로트가수 장윤정 씨가 방송인 노홍철 씨와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장 씨의 경우 20대의 대부분을 일에 파묻혀 지냈기에 연애라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으며 집에 와선 그대로 잠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최근 국내 여성 직장인들 중에서도 자신이 현재 연애에 관심이 없는 ‘건어물녀(乾魚物女)'라고 느끼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1, 12일 양일간 명동, 종로, 강남역 등 번화가를 오가는 20~30대의 미혼 여성 직장인 100명을 대상으로 '건어물녀'의 정의를 설명한 뒤 자신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는지를 묻자 응답자 84명 중 55명(65%)이 '그렇다'라고 답했다.

‘건어물녀’라는 용어는 얼마전 내한했던 아야세 하루카가 주연한 일본 드라마 ’호타루의 빛‘(2007)에 등장한 신조어. 여주인공 아메이야 호타루처럼 밖에서는 능력있고 당당한 커리어우먼이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추리닝 차림에 맥주와 오징어 그리고 애완동물을 벗삼는 미혼 여성들을 뜻한다.

이들은 주말에도 피곤이 쌓여 잠만 자다 보니 점점 연애에는 관심이 없어지는 등 마치 건어물처럼 ’연애 세포‘가 바싹 말라 버렸다고 느낀다.

직장생활로 인해 연애 등 사생활에 지장을 받은 적이 있는가란 질문엔 84명중 76명(90%)이 '그렇다'고 답했다.

퇴근 후 여가활동에 대해선 51명(60%)이 '드라마 시청'을 택해 TV가 미혼 여성들의 여가활동에 주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여가 생활로는 요가, 피트니스(15명), '뮤지컬, 영화 감상'(6명), 음주 등 유흥(6명), 종교활동(4명) 기타(2명) 순이었다.

자신이 건어물녀 기질이 있다고 답한 55명 중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묻자 27명(50%)가 '회사에서의 모습과 집에서의 모습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집에서의 휴식'이 최고의 피로해소 수단이기 때문(40%), '연애에 관심이 없는 등 메마른 정서를 가졌다고 생각해서'(10%)가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에 속한 여성들 대부분이 '언제든 연애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른바 '반건조' 건어물녀인 셈. 전체 응답자 중 72%인 60명이 연애경험이 있었다. 경험이 없는 24명 중 앞으로 연애나 결혼을 할 생각이 없다고 답한 사람도 6명에 불과해 많은 미혼 여성들이 연애와 결혼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여성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를 지닌 탤런트 장나라 씨도 "솔직히 제게도 '건어물녀' 기질이 있다"고 고백한다.

장 씨는 "‘건어물녀’ 정도는 아니지만 집에 있는 것을 정말 좋아한다. 많은 연예인들이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대부분 집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다"며 "삭막하고 바쁘게 돌아가는 현 세태가 ‘건어물녀’들을 자꾸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의 양민희 커플매니저는 "업무가 과로하다고 해서 연애에 관심을 끌게 아니라 각자가 가진 다양한 인적 루트를 활용해 사람을 만날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직장으로 인한 피로를 핑계삼지 말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피앙세를 찾아나서야 한다는 것. 건어물녀들에겐 머리속에서 연애나 결혼에 대한 선입견을 갖기보단 서로 부족한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완성되어간다는 연애관이 필요하다고 양씨는 충고했다.


*'건어물녀 자가진단 테스트'
(출처 : 하우라 사토루 作 '호타루의 빛'(2007, 대원씨아이))

1. 일이 끝나면 집에 가는 게 제일 좋다.
2. 집에 있을 땐 온종일 운동복 차림으로 지낸다.
3. 약속이 있다고 거짓말하고 집에서 혼자 시간을 보낸 적이 많다.
4. 운동복으로 갈아입은 직후 동작은 머리를 하나로 묶는 것이다.
5. 혼잣말이 많다. 특히 동물과 대화를 자주한다.
6. 동물 모양의 긴 베개 끌어안는 것을 좋아한다.
7. 최근 가슴이 두근거린 기억은 계단을 걸어 올라가며 숨이 가빴을 때 뿐이다.
8. 집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는 일이 종종 있다.
9. 집에 안주용 건어물이나 견과류가 늘 준비돼 있다.
10. 소개팅은 귀찮아 지레 마다하고 한다.
11. 혼자 밥을 먹어도 외롭지 않다.
12. 모르는 사람이 있는 술자리엔 가지 않는다.
13. 연애의 끝은 늘 안좋다고 생각한다.
14. 재미있다고 생각한 일도 단지 귀찮아서 안한적이 있다.
15. 금요일 밤은 어딜 가도 번잡해 주로 집에서 보낸다.
16.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명함을 받았는데 어디 뒀는지 기억이 안난다.


- 9개 미만 : 안전
- 9개 이상 ~ 12개 이하 : 경고
- 13개 이상 : 위험


박충훈 기자 parkjovi@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박소연 기자 muse@asiae.co.kr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안혜신 기자 ahnhye84@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