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촉발된 6월 정국의 혼란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1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반대하는 촛불집회와 유사한 상황의 재현되고 있는 것. 국회는 민생, 경제법안의 처리가 시급하지만 여야 정당은 개점휴업 상태다. 퇴로없는 대치를 이어가며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있다.
정국수습을 주도해야 할 청와대 역시 무기력하기만 하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분출하는 쇄신요구에 명확한 답안지를 내놓지 않고 장고를 거듭하고 있다.
◆끝없는 입장차만 확인한 6.10범국민대회=서울광장은 다시 촛불의 바다가 됐다. 민주당 등 주요 야당과 50여개 시민·사회·노동단체, 불교·천주교·개신교·원불교 등 4대 종단이 10일 저녁 서울광장에서 개최한 '6월항쟁 계승·민주회복 범국민대회'에는 10만에 이르는 촛불인파가 모였다. 올들어 최대 인파가 몰린 대규모 장외집회였던 것.
물리적 충돌 등 우려했던 불상사는 없었지만 6.10범국민대회는 주요 현안에 대한 뚜렷한 시각차를 확인한 계기였다. 6.10 범국민대회의 요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일방적 국정운영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로 집약된다. 현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적으로 수정하고 국민과 소통하라는 것.
이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6.10항쟁 22주년 기념사를 통해 6.10범국민대회에 대한 분명한 입장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민주주의가 열어놓은 정치공간에 이념과 집단 이기주의가 앞서는 일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법을 어기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도 우리가 애써 이룩한 민주주의를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조문정국을 정치적 공세의 장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적 인식을 드러낸 것.
◆'진퇴양난' MB, 해법 고민 중=하지만 이 대통령의 고민은 점차 깊어지고 있다. 6월정국이 여전히 오리무중의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이제 막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경제에도 적지 않은 악영향을 미친다.
이 대통령의 책상 앞에 놓여있는 과제는 한두 가지 아니다. 최악의 고비는 넘겼지만 여전히 불안한 경제상황, 북한의 핵실험 등에 따른 한반도 위기상황 대처, 오는 16일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 준비 등의 외교일정,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회복 등 굵직굵직한 사안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특히 여론의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치권의 극한 갈등은 사회적으로 증폭되는 악순환을 거치며 모두가 이 대통령의 입만 바라보는 처지가 됐다.
이 대통령은 최근 정국상황과 관련, 경제회복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하는 시기에 이념적 갈등이나 정치적 공세가 증폭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여야 정치권은 물론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국정쇄신 요구에도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문제는 타이밍이다. 이 대통령의 인사스타일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거북이 인사다. 이 때문에 미국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는 이달 하순부터 본격적인 민심수습책과 정국쇄신안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인적쇄신 수요 역시 상당하다. 이미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데다 내각에는 경제부처를 제외하고 1년 이상 재임한 장관들이 적지 않아 중폭 이상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청와대 일부 참모진 역시 현안 대처에서 미숙한 대응을 보였다는 지적에 따라 일부 수석의 교체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해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6월 이동관 대변인을 제외한 청와대 참모진 전원을 교체하고 내각의 경우 장관 3명을 교체하는 7.7 개각을 통해 순차적 인적쇄신을 단행한 바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