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정국이 극한충돌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최종 선택에 관심이 쏠이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촉발된 정치사회적 갈등은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들 정도다. 특히 민주당 등 야4당과 시민사회단체는 10일 서울광장에서 현 정국에 대한 이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기조 전환을 촉구하는 6.10범국민대회 강행 방침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경찰은 이를 불법집회로 규정하고 원천봉쇄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아 물리적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정국은 시계제로의 상황인 것.
◆6.10범국민대회, 지난해 촛불집회 때로 회귀='서울광장' 사용을 둘러싼 갈등은 불과 1년 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재개에 반대했던 촛불집회와 거의 유사하다.
당시 광우병 반대를 슬로건으로 내건 지난해 집회와 시위는 전국적인 '반MB' 전선으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여야 정당을 포함한 정치권의 국정기조 쇄신 요구는 물론 시민사회의 반발 역시 상당했다.
역대 대선사상 최다 표차의 압승을 거두고 화려하게 출발했던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만에 체면을 구겼다. 두 번에 걸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상 머리를 숙였고 핵심 대선공약이던 한반도 대운하 역시 국민반대를 전제로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촛불집회의 후폭풍은 거셌다. 청와대 참모진에 대한 대대적 개편과 내각 일부 장관에 대한 교체는 물론 이 대통령은 이후 만성적인 지지율 정체현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올해 집권 2기를 맞아 경제부처 장관 교체, 국제 외교무대의 활약상, 경기회복 분위기 등을 바탕으로 국정운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다만 4.29 재보선 참패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조문정국은 상황을 1년 전으로 되돌려버렸다.
'진보 vs 보수' 진영이 각각 상반된 입장 속에서 시국선언과 행사를 개최하는 등 정국긴장은 최고조다.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다. 이 자리에서는 미국순방 준비는 물론 6.10 범국민대회에 대한 대책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한 관망모드, MB 선택은 7월=여야 정치권은 물론 시민사회진영의 국정쇄신 압박이 거세지만 청와대는 여전히 관망모드다. 여론의 흐름을 지켜본 뒤 향후 행보를 결정하겠다는 것.
우후죽순 격으로 쏟아지던 여권의 쇄신론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대통령과 청와대를 정조준하고 있다. 계파갈등 양상에다 청와대의 부정적 기류로 용두사미로 전락한 모양새지만 언제든지 터져 나올 수 있는 휴화산이다.
민주당 등 야4당의 공세는 퇴로가 없는 배수진이다. 민주당은 특히 전날 서울광장에서의 철야농성에 이어 시민사회진영과 이날 저녁으로 예정된 6.10 범국민대회에 적극 참석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대학교수에 이어 종교계, 문화계 등으로 민주주의의 퇴행을 우려하는 시국선언도 이어지면서 정권을 향한 압박도 커지고 있다. 아울러 보수진영에서는 릴레이 시국선언이 무분별한 정치공세라고 비판하며 맞불을 놓아 현 정국을 둘러싼 갈등은 사실상의 국론분열 수준으로 이어지고 있다.
거세지는 쇄신론 속에서 이 대통령은 침묵 기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의 선택은 결국 7월이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당장은 경제와 외교안보 문제에 집중해야 하지만 7월 정국에서는 어떤 식으로든 승부수를 던지지 않겠느냐는 것.
실제 쏟아지는 쇄신요구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은 경청과 숙고의 모드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인사문제에 있어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신중함을 보여왔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포함, 6월말과 7월로 예정된 외교일정을 마무리한 뒤 쇄신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세청장과 검찰총장은 공석 상태이고 내각 역시 경제팀을 제외한 대부분의 장관들이 1년 이상을 재직했다는 점에서 중폭 이상의 개편도 가능하다.
아울러 청와대 참모진 역시 크고작은 현안 대처에서 보여준 미숙한 대응들이 도마 위에 오를 경우 교체 폭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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