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경기가 회복 기조에 올라선 것인가. 5월 가전 판매가 갑자기 급증세를 보여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하지만 가전 판매 호조로 경기 회복을 운운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5월 가전판매 실적은 일본 정부의 에코포인트 적립제 도입에 따른 단기 모멘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5월 중순부터 도입된 '에코포인트 적립제'로 5월 TV와 냉장고, 에어컨 등의 가전 판매가 전년 동기에 비해 30~50%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에코포인트 적립제'는 일본 정부가 에너지 절약형 가전 보급을 촉진하기 위해 추가 경기부양책에 포함시킨 것으로, 소비자가 에너지 절약 성능이 우수한 에어컨, 냉장고, 지상디지털 방송용 TV 3가지 제품을 구입할 경우 용량과 크기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에어컨과 냉장고는 가격의 5% 정도, TV는 10% 정도를 포인트로 받게 된다. 포인트는 1점당 1엔으로 계산한다.
4월 산업생산이 전월에 비해 5.2% 증가해 56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나타낸 것도 '에코포인트' 효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에코 포인트제 효과는 무시할 수 없었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GfK리테일앤테크놀러지 재팬에 따르면 5월 첫째 주, 에코 포인트제가 적용되는 냉장고 판매는 3월 마지막 주에 비해 무려 65%나 급증했다. 반면 에코 포인트제가 적용되지 않는 냉장고 판매는 33%나 곤두박질쳤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많은 소비자들이 에코 포인트제를 기다렸다 TV 등의 가전제품을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장기적인 효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5월 실적은 전체 매출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분위기다.
에코 포인트제와 상관없이 매출 신장이 돋보인 기업도 있었다. 가전업계 가운데 적자폭이 가장 컸던 도시바는 자사의 마케팅만으로 TV 판매가 지난해 수준의 2배 이상 늘었다.
샤프 역시 인플루엔자A(H1N1 신종 플루) 유행에 따른 공기청정기의 주도로 매출이 급성장했다. 하지만 샤프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배수경 기자 sue687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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