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슬픔이 채 가시지 않은 개성공단입주기업들이 북측의 돌발적 행동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북측의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조전으로 남북관계 경색이 풀어질까하던 남은 기대감이 북측의 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수포로 돌아갔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기업들의 배신감과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입주기업의 한 관계자는 25일 "같은 민족이고 남북관계를 위해 노력하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상황에서 핵실험과 미사일을 쏜 것은 어떤 말로도 납득되지 않는다"며 " 이런 상황에서 남북경협이나 개성공단 발전이 무슨 의미가 있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입주기업 관계자도 "개성공단 재계약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협상은 답보상태에 기업들의 피해는 악화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지난 4월 25일부터 30일까지 입주기업 101개사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입주기업들은 "이미 원가요소의 총합계가 126%로 매출액 100%를 초과하는 적자 상태로 나타났다"고 호소했다. 또한 주문이 줄면서 공단내 북측 근로자 수 백여명이 유급휴가를 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개성공단기업협회 김학권 회장(재영솔루텍 대표), 유창근 부회장(에스제이테크 대표) 등 입주기업 대표들은 노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낀다"면서도 "북측의 조전 소식에 대해 노 전 대통령의 바람대로 남북관계의 경색국면이 풀렸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학권 회장은 특히 "(노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이라는 '텃밭'을 만들어주고 근로자들이 살을 맞대고 일할 공간을 마련해준 것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받을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서로 화해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 개성공단이 활발하게 돌아갈 수 있는 분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이날 "북측의 돌발적 상황이어서 당혹스럽긴 하지만 이미 개성공단 재계약관련한 남북간 접촉이 순연된 상태여서 여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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