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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전대통령 서거]전직 대통령 '비운의 역사'

노무현 전 대통령이 23일 갑작스레 서거하면서 전직 대통령들의 '수난과 비운'의 역사가 주목받고 있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9명의 전직 대통령들은 대부분 '하야'와 시해, 측근 구속, 검찰 수사 등 수난과 비운을 겪었다.

전직 대통령의 수난사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망명 길에 오르면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국가발전의 틀을 짜고 민주주의의 싹을 뿌린 공적을 남겼으나 장기집권으로 불행을 자초했다.

이 전 대통령의 권력욕은 1960년 3.15 부정선거로 이어지고 결국 이 전 대통령은 4.19 혁명이라는 '국민의 힘'에 굴복, "국민이 원한다면 대통령직을 사임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하와이로 망명해 이국 땅에서 생을 마감하는 비운을 맞았다.

4.19 혁명으로 내각책임제 체제 아래 대통령직에 오른 윤보선 전 대통령도 결국 5.16 군사쿠데타로 도중하차, 대통령 수난사에 한 장을 보탰다. 윤 전 대통령은 박정희 정권 시절 반유신운동과 관련해 모두 3차례에 걸쳐 사법처리됨으로써 최초로 법정에 선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5.16 쿠데타로 권좌에 오른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2년 '10월 유신'으로 종신집권체제를 구축하려 했으나 18년의 장기집권 끝에 1979년 10월26일 자신의 심복인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에 의해 쓰러졌다.

박 전 대통령은 우리나라 근대화와 경제발전을 견인한 업적을 이룩했으나 1969년 3선개헌을 시작으로 끊임없이 계속된 권력욕으로 인해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에 '시해'라는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

박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과도기를 이끌었던 최규하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최단명의 대통령직을 수행한 비운의 대통령이었다.

최 전 대통령은 박 전 대통령의 서거로 갑작스레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1980년 신군부의 집권으로 8개월여 만에 하야했다. 이어 1989년 신군부 등장과 관련한 증언을 거부하다 국회 광주특위에서 국회모독죄로 기소됐고, 1996년 '12.12 및 5.18사건' 항소심 공판에 강제구인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에 이어 군부의 힘으로 대통령직에 오른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도 집권 당시 '원죄'와 부정축재로 인해 퇴임 후 '옥살이'를 하는 수난을 겪어야만 했다.

육사 시절부터 친구 사이인 두 사람은 1979년 10.26 사건 이후 '12.12 군부 쿠데타', 1980년 5월 '5.18 광주민주항쟁 무력진압' 등 총칼을 앞세워 차례로 대통령직에 올랐지만 후임 대통령인 김영삼 정권 시절 각각 사형과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2년가량 복역하다 사면조치로 풀려났다.

특히 전 전 대통령은 자신으로부터 대통령직을 '물려받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압력에 의해 1986년부터 91년 사이 두 차례에 걸쳐 백담사에 유배되기도 했다.

군사정권 이후 민주화 시대를 연 '양김'(兩金)인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재임 시절 자신의 아들이 구속되는 불운을 겪어야만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재임 시절인 1997년 한보 비리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데 이어, 퇴임후 2004년 조동만 전 한솔 부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김 전 대통령 자신은 문민정부 시절 안기부 예산 선거전용 의혹 사건인 이른바 '안풍사건'이 터지며, 2004년 증인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임기말 차남 홍업씨와 3남 홍걸씨가 기업체로부터 청탁 명목으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두 아들이 한달새 잇따라 구속되자 대국민 사과를 했다.

정치개혁과 높은 도덕성을 표방하며 참여정부를 탄생시킨 노무현 전 대통령도 전직 대통령들이 겪은 수난과 비운의 업보를 비켜가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도덕성을 최대의 무기로 내세웠으나 퇴임 이후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검찰 수사를 받는 불명예를 기록했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던 중 서거하는 비운을 맞이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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