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17일 중국의 대표적인 수출단지인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에서는 때아닌 무역박람회가 열렸다.
소규모 수출업체들의 수출이 급감하자 내수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자리다. 중국의 대표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닷컴이 광둥성 정부와 공동주최자로 나섰고 광둥성내 400개의 중소 수출업체가 중국내 바이어들을 찾기 위해 참가했다.
이처럼 중국의 수출기업들이 수출길이 막히자 내수로 급속히 눈을 돌리고 있다고 18일 신화통신이 보도했다.
박람회에 참가한 조명기구ㆍ사진앨범 등을 제조하는 한 회사는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5%에 달할 정도로 전형적인 수출업체다.
올들어 300명의 임직원을 그대로 두고 있지만 해외수주는 20%나 줄었다. 이 회사는 수출시장을 대신할 거대한 내수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영어로만 돼있던 회사 소개서도 중국어판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내수 공략은 가시밭길이다. 치열한 경쟁과 가격전쟁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중국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제품 사양을 일일이 다 수정했다. 가령 제품 디자인도 서구식에서 중국식으로 바꿔야했다.
저우(周) 부장은 "내수 진출이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13억 인구의 이 거대한 시장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수출비중이 90%인 우산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왕(王) 부장은 "내수로 방향을 바꾸다보니 ▲판매채널 확보 ▲내수모델 개발 등 전면적인 사업모델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향후 2~3년내 내수 비중을 30%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수출기업은 해외 주문량에 생산량을 맞추다보니 재고 부담이 거의 없었지만 이제는 재고 관리에도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산둥성(山東省) 소재 직물제조업체 이윈(怡雲)의 자오(趙) 회장은 "수출기업 브랜드 대다수가 중국 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들"이라며 "브랜드를 알리는 데 적어도 5년은 걸릴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처럼 브랜드 홍보나 판매망 개척도 주요 과제 가운데 하나다.
중국 정부는 수출업체들의 수출 지원 뿐 아니라 세금우대 및 금리인하 같은 내수 진출에 대한 지원 정책도 펼치고 있다.
알리바바측도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웨이저(衛哲) 알리바바 B2B 부문 대표는 "올해 1ㆍ4분기 회사 매출이 전년동기보다 5000만위안(약 92억원) 줄었지만 5만개 중소기업들에게 중개알선료를 1000위안씩 깎아주는 식으로 지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1~4월 중국 전체 수출액은 3374억달러로 20% 이상 급감했고 중국 수출의 4분의 1을 담당하는 광둥성도 985억달러를 수출해 전년동기대비 18% 줄었으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동환 베이징특파원 don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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