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테스트의 후폭풍은 없었다. 결과 발표 후 첫 날인 8일(현지시간) 월가의 주식시장은 견조한 오름세를 보였고, 채권 수익률은 하락했다. 금융시장에서 스트레스 테스트의 '여진'은 없었으나 평가에 대한 '잡음'이 번지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다우존스 지수는 전날보다 164.80포인트(1.96%) 상승한 8574.65로 마감했고, S&P500 지수도 2% 이상 오르며 929.30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1.33% 상승한 1739.00으로 거래를 마쳤다.
스트레스 테스트의 대상에 포함됐던 주요 은행주가 강세를 보였다. JP모간이 10% 이상 랠리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5% 가까이 상승했다. 씨티그룹이 5.5% 급등했고, 골드만삭스 역시 4.4%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소폭 하락했다.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전날보다 5bp 떨어진 3.29%를 기록했고, 30년물 역시 4bp 내린 4.27%로 거래를 마쳤다.
금융시장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부담을 떨쳐냈지만 평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스트레스 테스트의 최종 결과를 내기 직전 자본 결손 규모를 크게 줄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은행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과정에 금융업계 애널리스트와 다른 잣대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스트 결과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었으나 정부와 은행 간의 '흥정'은 테스트의 신뢰에 흠집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FRB가 19개 은행에 예비 결과를 공개했을 때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 웰스파고 등 일부 은행 경영진은 FRB가 자본 결손 규모를 지나치게 부풀렸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한 소식통은 특히 BOA가 5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는 예비 결과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자본 확충을 요구받은 은행 중 최소한 절반이 예비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일부 은행은 비용 절감과 수익 확대로 잠재적인 손실을 줄일 수 있으나 FRB가 이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웰스파고의 리차드 코바세비치 회장은 스트레스 테스트가 아둔한 짓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고, 미국 정부는 웰스파고가 결과에 불복하며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을 우려했다.
결국 FRB는 예비 결과를 반박하는 일부 은행의 주장을 받아들였고, 공식 발표 직전 이들 은행의 추가 자본확충 규모가 줄어들었다. BOA의 자본 확충 규모가 500억 달러에서 339억 달러로 감소했고, 웰스파고 역시 173억 달러에서 137억 달러로 줄어들었다. 피프스서드는 26억 달러에서 11억 달러로 감소했고, 씨티그룹 역시 약 350억 달러에서 55억 달러로 대폭 줄었다. 이밖에 선트러스트(22억 달러)와 PNC 파이낸셜 서비스 그룹(6억 달러)이 FRB를 설득한 끝에 자본 확충 규모를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월가의 일부 애널리스트는 FRB가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기본 자기자본비율(Tier 1)을 잣대로 채택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기본자본비율이 아닌 유형자기자본(TCE, Tangible Common Equity)를 기준으로 평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FRB는 '악화된 가정'을 적용할 때 19개 은행의 손실 규모가 약 6000억 달러에 달하며, 추가로 확충해야 할 자본은 약 759억 달러라고 밝혔다. 하지만 RBC 캐피털의 애널리스트 제러드 캐시디는 19개 은행에 대한 테스트 잣대로 기본자기자본비율이 아닌 유형자기자본을 채택했다면 자본 결손이 FRB의 발표보다 680억 달러 많았을 것으로 판단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의 칼럼을 통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사기극'이라고 비판하고, 이번 결과에 대해 안심할 사람은 은행 관계자들 뿐이라고 말했다.
황숙혜 기자 sno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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