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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 공급가 공개 불만 폭주

공급과정 차이 감안 안돼
소비자가격 인하효과 의문

그동안 영업기밀이었던 정유사의 공급가격이 8일 드디어 공개됐다. 정부는 정유사 간의 가격 경쟁을 유발시켜 소비자가격을 낮추겠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휘발유 등 석유제품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정부의 '히든 카드'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실정이다.

◆가격 인하 효과는 '미미할듯'
가격공개에 이은 최대 관심사는 과연 소비자 가격이 얼마나 떨어질지다.

하지만 현재 유통구조상 가격 공개가 소비자가격 인하로 이어지기 힘들뿐더러 설령 가격이 인하된다하더라도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체감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주유소 가격인하까지 연결돼야 비로소 이번 공급가 공개가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재 공급가격이 가장 높은 정유사와 낮은 정유사 차이는 제품별로 15원~20원에 불과하다. 정유사의 공급 가격 인하폭이 고스란히 소비자 가격에 반영된다해도 결국 최대 인하폭은 20원 선이 된다는 얘기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격 인하폭은 100원 이상"이라면서 소비자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으로 제품 가격이 인하될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유사에서 인하한다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공급가격일뿐 소비자가격은 주유소에 달렸다"면서 "주유소가 움직이지않으면 소비자가격 인하효과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ㆍ소매가 가격편차 반영안돼
이번 가격 공개의 가장 큰 맹점은 서로 다른 정유사의 공급 과정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유사에서 생산한 제품은 크게 '정유사→대리점→주유소ㆍ일반판매소'와 '정유사→주유소ㆍ일반판매소'의 두 경로로 소비자들에게 공급된다. 결국 도매상격인 '대리점'이라는 중간유통과정이 끼어있을 때 공급가격은 낮아질 수 밖에 없다.

SK에너지의 경우 대리점인 SK네트웍스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이 전체의 95.6%를 차지한다. GS칼텍스 22.0%, 현대오일뱅크 14.1%, 에쓰오일 16.5%와 비교하면 많게는 7배 가까이 차이가 벌어진다.

이같은 유통구조의 차이는 공급가격에도 고스란히 반영돼 SK에너지의 세후공급가격은 가장 높은 에쓰오일의 1416.42(보통휘발유 기준)원보다 무려 18.46원이나 낮은 1397.89원에 불과했다.

반면 이달 첫째주중 주유소별 평균 판매가격은 SK에너지가 1550.98원으로 가장 싼 현대오일뱅크의 1531.03원보다 19.95원이나 높았다. 대리점의 각 주유소별 공급가격이 정유사별로 대동소이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SK에너지의 독점 대리점인 SK네트웍스가 막대한 차익을 남기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A 정유사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가격은 주유소 판매가격과 완전히 다르다"면서 "경쟁을 유도하려면 공정하게 같은 기준에서 가격이 공개돼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또다른 관계자는 "가격공개로 정유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하소연했다. 정부의 의도대로 공급가격을 인하하자니 담합 의혹에 휩싸일 수 밖에 없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비싸게 공급하는 정유사'라는 이미지가 굳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서동원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정유업체의 가격공개로 담합이 쉬워진 만큼 적극적으로 조사해 담합이 이뤄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혀 정유사 공급가격 경쟁이 몰고올 또다른 파장이 예상되고 있다.


김정민 기자 jmkim@asiae.co.kr
손현진 기자 everwhite@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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