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대출상환부담 4조원 이상 줄어
그 동안 엔고현상으로 톡톡한 시련을 겪었던 시중은행과 중소기업들이 최근의 엔화 가치 급락으로 한숨을 돌리고 있다.
당장 지난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엔화대출을 늘렸던 시중은행들은 대출금 회수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고 중소기업들 역시 엔화 대출 금리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줄기때문이다.
8일 금융계에 따르면 지난 7일 현재 원ㆍ엔 환율은 100엔당 전일 대비 0.7원 하락한 1271.1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연중 최저치 수준으로 지난 3월2일 최고치였던 1,610원89전(3월2일)에 비해 339.7원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처럼 글로벌 공조 강화로 경제 안정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안전 통화'인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줄어들고 있고 일본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부상하면서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약세를 나타내는 반면 원화는 상대적으로 가치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경제는 올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심각한 경기축소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받으며 일본 투자자 등의 발걸음을 해외 고수익 투자자산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 엔화대출 상환부담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4조원 가량의 상환금부담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3월말 엔화대출 잔액이 1423억엔이었는데 당시 원ㆍ엔 환율과 현재를 비교해 원화로 환산하면 4.2% 정도 규모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고객들의 상환부담이 줄어들면서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역시 좋아질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엔화대출액은 1조4980억엔으로 1년 전보다 42.2% 급증했다. 낮은 금리에다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대출을 받았지만 원-엔 환율이 올라가면서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급증한 것이다. 게다가 엔화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몫이 95% 이상이다.
또한 원ㆍ엔 환율 하락으로 엔화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들은 환차손 감소와 엔화대출 평균금리의 하락을 기대하고 있다.
엔화 대출 평균금리는 2008년 말 6.06%로 2007년 말의 3.32%보다 2배 가까이 급등했으며 이 같은 추세는 지난 3월까지 이어졌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엔화대출 상환자금을 마련하지 못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었던 중소 기업들에게 원ㆍ엔 환율 급락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특히 원자재와 전자 부품을 일본에서 수입하는 기업들이 큰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원ㆍ엔 환율 급락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도 있다.
이윤석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원ㆍ엔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 일복과 주력품목이 동일한 국내 기업의 수출이 불리할 수 있다"며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대출자에게도 전반적으로 원화 강세가 유지되면 모를까 일시적으로 엔화대출이 늘어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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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엔화는 당분간 약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연구소는 최근 일본경기 침체가 미국보다 깊어 엔화의 안전통화로서의 위상이 약화된 데다 엔캐리 트레이드 재개 움직임도 관찰되고 있다며 올 4분기에 원ㆍ엔 환율을 100엔당 평균 1170원으로 예상했다.
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엔화는 세계 경기 사이클에 역행하는 통화로 경제가 나아지면 약세를 보이고 나빠지면 강세를 보인다"며 "특히 일본 경제침체가 심각한데다 원ㆍ달러 환율도 하락세를 지속한다면 원ㆍ엔 환율의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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