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4.29 재보선에서 집권 여당의 참패는 물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조사라는 사상 초유의 메가톤급 사안에 대해 모두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것. 국민적 관심이 높은 사안지만 청와대의 태도는 한마디로 '침묵이 금'이라는 것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도 마찬가지다. 이 대변인은 30일 기자들과 만나 "어제 저녁부터 오늘까지 재보선 결과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 조사와 관련해 여러 가지 코멘트를 요구하는 곳이 많았다"면서도 "공식적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재보선 당일 퇴근 후 관저에서 TV로 재보선 개표 상황을 지켜봤지만 결과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또한 노 전 대통령의 검찰수사와 관련해서도 일절 언급을 내놓지 않았다.
주요 사안에 대해 공식논평을 자제하며 청와대가 신중한 태도로 일관하는 이 대통령의 향후 정국 운영과 밀접하게 맞닿아있다.
'0 대 5' 참패라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재보선은 청와대의 입장에서는 뜨거운 감자다. 내심 1~2곳의 승리를 기대했지만 경북 경주와 인천 부평을 재선거 모두 허무하게 무너진 것.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보여준 수도권 민심의 이반 현상을 확인한 것은 물론 2007년 대선 경선 이후 갈등의 골을 메우지 못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의 협조 없이는 '한나라당=영남 승리'라는 선거방정식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수도권과 영남 민심이 등을 돌리면 이는 집권 기반의 약화로 이어지고 공공기관 선진화, 경제살리기 등 국정 개혁을 추진할 동력도 잃게 된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의 검찰소환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등 야당과 일부 국민들로부터 정치보복이라는 비판이 여전한 데다 천신일 세중나모그룹 회장의 연루설 등이 끊이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언급해봤자 크게 얻을 것이 없기 때문. 일각에서는 권력 핵심부가 노 전 대통령을 치기 위해 여권 내부의 출혈도 감수할 것이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이러한 전략적 판단 아래 사실상 침묵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에 따라 민감한 정치 사안에 대한 대내외적 언급을 자제하며 시간을 갖고 향후 정국 구상을 가다듬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당 주변과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이 당정청 전반을 아우르는 범여권 전면쇄신 카드를 5월 중으로 꺼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청와대는 강력 부인하고 있지만 이 대통령이 결국 정국반전을 위한 카드의 하나로 청와대와 내각은 물론 한나라당에 대한 대폭적인 수술을 감행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주요 현안에 대해 침묵하며 기나긴 장고에 들어간 이 대통령이 어떤 승부수를 내놓을 지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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