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경기침체가 가중되면서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는 고리사채 문제 해결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주재한 뒤 금융민원센터를 방문, 대구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고리사채 피해자 최모 씨의 사연을 청취한 뒤 조속한 해결책 마련을 지시했다.
최씨는 3년전 사채로 100만원을 빌리고 일수로 갚아왔지만 지금은 빚이 원금의 15배에 해당하는 1500만원으로 늘어난 상태. 최 씨는 수입보다 더 많이 갚아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 씨는 "이자율이 48%로 제한돼 있지 않느냐"는 이 대통령의 지적에 "사채는 그런 게 없다. 그 사람들이 부르는 게 곧 법"이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자녀 학비와 생활비 마련을 위해 은행을 찾아갔지만 신용등급이 낮아 돈을 빌릴 수 없었고 대부업체도 안돼 사채를 쓰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최 씨는 "처음에는 하루 2만원씩 갚으면 된다고 했는데 그거 못갚으면 꺾기가 들어오고 원금이 늘어나 거기서 헤어나는 건 정말 힘들다"며 "한 달에 60만원 정도 열심히 갚고 있는데 그 사람들은 내가 갚은 돈으로 외제차 타고 다니고 참 잘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최 씨의 하소연에 "부당한 채무액을 조정해주는 게 좋겠다"며 "사채업자하고 처음 채권채무 관계를 찾아서 정리해 부당한 부분을 제해주고 법적 절차를 밟도록 하라"고 관계자들에게 지시했다.
특히 "해코지가 무섭다"며 최 씨가 불안해하자, "애를 키우는 사람이 얼마나 불안하겠냐. 내가 나중에 전화해서 해결이 됐는지 꼭 확인해보겠다"고 위로하며 최 씨의 이름, 주소, 전화번호 등을 적은 메모지를 정인철 기획관리비서관에게 챙겨보라고 건네줬다.
아울러 "내가 누구보다도 장사하면서 사시는 분들의 어려움을 잘 아는 사람이다. 용기를 가져라"고 격려했고 최 씨는 "오늘 대통령을 뵈니까 로또가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훔치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제46회 '법의 날' 기념식에 참석, "국민건강을 해치고 사회불안을 조장하는 식품안전 범죄, 아동이나 여성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경제적 약자를 괴롭히는 고리사채 등과 같은 사회악은 더욱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고 강력한 민생범죄 근절의지를 내비쳤다.
김성곤 기자 skz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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