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기고 머리 좋고 인기도 많다. 게다가 애교 만점에 몸값까지 비싸다면?
몇 마리만 모여도 중고차 한대값은 거뜬히 나오는 고가의 앵무새들. 앵무새를 차별하고픈 생각은 없지만 '레벨'이란 게 있긴 하다.
꼬부라진 부리, 촉촉한 속눈썹,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웃는 표정까지 모두 예쁘지만 이런 'F4'급 앵무새를 어찌 동경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런 앵무새들을 볼 때면 침이 꼴깍 넘어간다. 오늘은 화려한 깃털과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하는 초호화 앵무새들의 사생활을 사심을 가득 담아 구경해 보기로 한다.
◇까칠한 초록 똑똑이, 아마존 앵무
아마존 앵무는 브라질 앵무새로 32~36센티미터 정도의 몸길이를 갖고 있다.
이 귀여운 얼굴의 초록 앵무새는 생후 1년~2년된 경우 분양가만 200만~300만원을 훌쩍 넘는 비싼 새다.
임태석씨(천안)의 '강산이'는 형광빛 깃털을 가진 도도하고 까칠한 아마존앵무다. 임씨는 "아마존앵무는 회색앵무, 뉴기니아앵무와 함께 말잘하는 세계 3대 앵무에 속하는데 특히 세 종류 중 음의 높낮이가 자유로워 노래도 잘한다"고 아마존 앵무의 매력을 술술 풀어놓았다. 바이브레이션도 할 수 있어 '마술피리' 등의 노래도 가능하다.
초보자가 기르기 어려울 만큼 독립적이고 까칠한 성격을 갖고 있다는 아마존 앵무. 스킨쉽을 싫어해 어릴적부터 길을 잘 들여야 한단다. 물론 길이 잘 든 강산이는 사람은 너무나 좋아하는 새다.
그러나 강산이에게 한 번 찍히면 곤란해질 수도 있다. 강산이의 마음을 얻지 못한 임씨의 큰아들은 2년동안 한번도 손에 올려보지 못할 정도라니 제법 뒤끝도 있다. 하지만 집에 사람이 없으면 안방, 건너방, 화장실까지 찾으러 다닐 정도로 귀여운 아이다.
재미있는 것은 앵무새 강산이가 전화를 받는다는 점.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가 무섭게 "응, 응"하고 대답을 한다. 평소 전화를 받는 엄마의 목소리를 흉내내는 것이다. 요즘은 막내의 기침소리 흉내내기에 빠져있다고.
주로 견과류나 과일을 먹지만 때로는 김치찌개와 밥을 즐긴다는 잡식성의 이 녀석. 강산이만 보더라도 아마존 앵무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말잘하는 영재 앵무새, 회색앵무
깃털 색이 화려하지 않아도 눈길을 끄는 보석같은 앵무가 있다. 바로 회색앵무다.
외모만 보고 이 아이를 평가했다가는 후회할지도 모른다. 영리한 두뇌와 탁월한 언어능력으로 주인을 더할나위 없이 만족시키는 '서프라이즈' 앵무새이기 때문이다. 분양가는 100만원대 초중반 정도다.
김호순씨(서울)의 회색앵무 '앵두'를 만나보자. 앵두는 3년전 김씨가 춘천으로 전근을 가면서 데려왔다고 한다. 당시 1살이던 앵두는 통닭같은 외모로 충격을 안겨줬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구급차 소리까지 흉내낼 정도로 영리한 새로 자랐다.
"머리 하나는 끝내줍니다"라는 그의 말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다. "안녕하세요"부터 "비비디바비디부~"까지 능숙하게 말한다는 앵두. 기특하다.
기분이 좋을 때는 몸을 흔들며 "좋아 좋아"라고 말한단다. 특히 앵두를 기르면서 가장 놀랐던 사건은 출근하는 김씨에게 앵두가 "다녀오세요"라고 했을 때라고 하니 가히 놀라운 언어능력이다. 뿐만 아니라 세탁소 아저씨의 "세~탁"소리에 "아저씨"라고 맞받아친다고.
회색앵무는 경계심이 강해 외부인이 만지려고 하면 공격할 수도 있다고 한다. 유달리 겁도 많은 새다. "회색 앵무는 소심하고 예민해요. 자기보다 큰 물건을 보이면 놀라지요"라고 김씨가 설명했다. 때로는 새장 속에서 박쥐처럼 매달리고 비닐봉지 등을 공격하는 등 혼자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한다.
"장난기 많고 심술궂고 고집불통이지만 앞으로 10년은 더 길러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하는 김씨에게서 앵두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난다. 마음놓고 대화할 누군가가 필요하다면 회색앵무를 만나시길.
◇하얀 깃털을 자랑하는 귀족, 유황앵무
곱디 고운 하얀 깃털이 웅장하게 뻗은 우관, 까맣고 튼실한 부리를 가진 코카투 유황앵무.
처음 본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올만큼 기품있는 새다. 굳이 몸값을 따지자면 렛서,시트론 등 종류별로 110만원부터 250만원까지 다양하다.
앵무새 동호회 '앵무세상'에 의하면 코카투는 말하기 능력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영리해서 사람과 놀기를 아주 좋아한다고 한다. 같이 놀아 주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거나 깃털을 뽑는 자해도 서슴지 않고 성격이 비뚤어질 수도 있다. 심심한 것을 싫어해 많은 장난감을 줘야 하는 귀여운 새다.
진정남씨(안산) 씨트론 유황앵무 '지용이'는 어떤 아이일까. 지용이의 이름은 빅뱅을 좋아하는 딸이 지었단다. "애교가 많고 가끔 우관을 세워 자신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새"라고 진씨는 지용이를 소개했다.
특히 씨트론은 국내에서도 개체수가 많지 않아 귀한 종류라고 한다. 지용이는 기분이 좋을 때면 "까꿍", "안녕"이라고 하고 안놀아 주면 졸졸 따라 다니며 보챌 정도로 애교 만점이다.
유달리 화초를 사랑하는 지용이. 그러나 가꾸기보다 먹는데 집중하다보니 거실의 화초를 모두 초토화시킨다고. 보통 앵무새들이 자연의 상태에서 꽃을 먹는 습성을 고스란히 실천에 옮기는 것이다. 이런 지용이에게 장난감과 부리를 갈 만한 깨끗한 나무조각은 필수 아이템이다.
때로는 사람들이 어깨위에 얌전히 앉은 지용이를 인형인 줄 알았다가 우관 세우는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한단다. 놀다가도 이름을 부르면 냉큼 달려온다는 유황앵무 지용이. 귀엽다.
◇애조인의 로망, 금강앵무
금강앵무는 애조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동경할 만한 로망이다. 서민인 기자로서는 이 새를 데려오려면 그저 먹을거 안먹고 입을거 안입는 수 밖에 없다.
분양가가 무려 200만원~400만원을 호가하지만 고귀한 외모와 뛰어난 재능에 홀딱 반하지 않을 수 없는 매력덩어리 금강앵무.
'마카우'라 불리는 금강앵무는 청색, 황색의 화려한 깃털과 눈을 중심으로 줄무늬가 있는 경우가 많다. 장난감이나 그네 등을 갖고 노는 것을 좋아해서 TV프로그램에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야생에서 비를 맞는 것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샤워도 종종 즐긴다. 이 새는 낯선 사람을 만나거나 처음 간 장소에서는 수줍음을 타는 매력쟁이다. 가장 큰 장점은 어린이나 다름없는 친화력.
오주현씨(공주)씨의 금강앵무 '레오'는 사연이 남다르다. 레오는 심장병으로 태어난지 5개월된 아기를 잃은 부부가 아이 대신 기르게 된 새다. 애틋한 마음 만큼이나 부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레오는 무한 매력으로 사랑에 보답했다.
"금강이의 매력은 사람과 아주 친밀도가 높은 점"이라며 "강아지처럼 가족들을 따르고 너무 영리한데다 색도 아름다워 보는 사람들마다 한번씩은 만져보고 싶어한다"고 오씨는 레오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오는 성격이 온순하고 워낙 애교가 많아 뒤집어져서 누운 자세로 뒹굴뒹굴 하며 논다고.
큰 몸집과 달리 중저음의 목소리를 갖고 있어 소음때문에 옆집과 다툴 일도 없다고 한다. 가끔 짜증이 나거나 청소기 소리에 놀랐을 경우만 소리를 지른단다. 몸집이 큰 만큼 비듬도 있지만 그리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
주인과 뽀뽀를 할 때면 딥키스를 시도할 정도로 과감한 스킨십을 사랑하는 레오. "안해 보신 분들은 모를거에요. 얼마나 귀여운지"라는 오씨의 말에 두손 두발 다 들었다. 넘치는 애정공세가 필요하다면 금강이를 강력 추천한다.
정선영 기자 sigum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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