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 봐주기, 자식에게 재산 넘겨주기, 놀러왔다 자고갈 애들 생각에 큰집 사기
혹시 당신은 ‘중·장년의 신종 3대 바보’에 들어가는 사람은 아닌지?
최근 인터넷에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떠도는 ‘신종 3대 바보’ 이야기가 대전·충청권의 화제다. 대기업 최고경영자를 지낸 사람의 강연내용을 요약·정리한 것으로 들어보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인터넷검색 순위 상위권에 오르기도 한 이 이야기는 요즘 시대를 사는 중·장년층에게 뜻하는 바가 크다. 어떻게 보면 세대를 희화한 것 같아 뒷맛이 씁쓸하지만 한번쯤 새겨들을 만하다.
기존에 돌아다니는 ‘바보 얘기’는 좀 묵었다. ‘며느리의 남편을 아직도 자기 아들로 생각하는 바보’ 얘기 말이다. 이건 요즘의 신종바보 얘기보다 한창 낡은 버전이다.
‘중·장년의 신종 3대 바보’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다.
첫째 바보는 자식들이 놀러왔다가 자고 갈 때 혹시 불편할까봐 방이 여러 개인 큰집에 사는 사람이다.
둘째 바보는 늙으면 자식들이 용돈을 매달 꼬박 꼬박 챙겨줄 것으로 믿고 재산을 몽땅 넘겨준뒤 나이 들어 자식들 눈치 보는 사람이다.
셋째 바보는 자식들이 놀러가기 위해 ‘손자를 봐 달라’고 하면 이미 했던 약속을 깨며 손자 봐주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을 바보로 꼽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먼저 며느리들이 명절 때나 오래 만에 놀러왔다가는 어떻게 하면 빨리 빠져나갈까 생각하는 판에 자고 갈 것이라고 착각(?)해 집세를 많이 내가면서까지 관리하기도 힘든 큰집에 사는 바보가 돼선 안 된다는 것.
다음은 먹을 것, 입을 것 제대로 못 챙기면서도 있는 돈, 없는 돈 끌어 모아 자식에게 한입에 털어 주고 자신은 용돈이 없어 자식들 눈치 보는 사람이 주변에 수두룩하다는 것이다. 자식들은 재산 물려받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이런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는 소리다.
마지막으로 한 평생 자식 키우느라 고생했는데 나이 들어서까지 손자 봐주느라고 모처럼 한 약속까지 깨어가면서 할 일을 못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기업체에 다니다 그만두고 대전시 서구 둔산동에서 부동산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김모씨(56)는 “비록 우스개지만 이런 ‘바보 얘길’ 들으면 자식과 부모라는 게 과연 어떤 관계인가를 생각하게 만든다”며 “삶이 서글퍼지고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직에서 퇴직한 진모씨(57)는 “모든 동물들의 새끼 사랑은 지극하지만 강한 동물일수록 새끼가 어느 정도 자라면 매정하리만큼 쌀쌀하게 떼어 놓는다”면서 “바보 얘기처럼 살지 말고 혼자 살아가는 생존법을 스스로 터득토록 하는 게 순리”라면서 "바보 얘기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왕성상 기자 wss404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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