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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신문 고경석 기자]송강호와 김옥빈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에서 함께 주연을 맡은 소감을 "행복한 도전"이라고 표현했다.
송강호와 김옥빈은 15일 서울 삼청동에서 진행한 아시아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영화 '박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촬영 에피소드와 서로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 송강호 "10년 전 박찬욱 감독이 '박쥐' 출연 제의"
송강호가 '박쥐'를 처음 접한 건 10년 전 박찬욱 감독과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을 촬영하던 시기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대단한 것 같다"며 "한국영화의 르네상스가 시작될 즈음에 이토록 자기 색채가 강하면서도 새로운 영화를 구상하고 마음 속으로 기획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보통 감독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박 감독을 극찬했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촬영 중이던 당시는 다분히 도식적이고 구태의연한 기획영화에서 벗어나 한국식 블록버스터가 탄생하던 즈음이라 '박쥐'처럼 작가의 색채가 강하게 드러나는 영화를 상상하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송강호 또한 "박찬욱 감독에게서 구상중인 영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문화적으로 당황스러웠다"며 "이런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토양이 결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처음 제의를 받았을 때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고 회상했다.
영화 '박쥐'는 이른바 박찬욱 패밀리의 핵심 멤버들이 모인 영화라 할 수 있다. 송강호와 신하균이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 함께 출연한 것은 '공동경비구역 JSA'와 '복수는 나의 것' 그리고 카메오로 잠깐 등장한 '친절한 금자씨'에 이어 '박쥐'가 네 번째다.
송강호는 "박찬욱 감독은 오래된 선배이자 감독이면서 영화적 동지인 동시에 절친한 술친구이기도 하다"며 "과하게 마시지는 않지만 술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지난 10여년을 살아왔다. 감독이기 이전에 친하고 정겨운 술친구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신하균과는 그가 본격적으로 영화계에 데뷔하기 전에 카메오로 출연했던 '반칙왕'까지 포함해 다섯 작품을 함께 했다"며 "친한 사람들끼리 작업이라 매우 즐거웠다. 김옥빈 입장에서는 소외감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김옥빈은 "당연히 질투가 날 수밖에 없었다"며 "현장에서 만날 붙어있으니 떨어져 있으라고 제가 말할 정도였다. 제가 술을 즐겨 마시는 편이 아니라서 술자리에 자주 끼지는 못했다. 그래서 장난처럼 두 선배를 괴롭히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송강호는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동시에 "그래도 김옥빈이 현장에서 모든 사랑을 독차지했다"고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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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강호 "'박쥐'는 완벽하고 치밀한 구성을 가진 영화"
'박쥐' 시나리오를 처음 읽고 나서 느꼈던 점을 물었다. 송강호는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촬영지였던 중국 둔황에서 '박쥐' 시나리오를 팩스로 처음 받았다. 그는 첫 인상을 "치밀하고 완벽한 구성을 가진 영화"라고 말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태주라는 인물이 매우 세고 강렬하며 매력적이라는 이야기도 오갔다.
김옥빈은 '다세포소녀'의 정정훈 촬영감독을 통해 박찬욱 감독을 만나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다. 김옥빈이 박 감독을 만난 건 2007년 자신의 생일이었다. 생일선물을 받은 것이다. 김옥빈에게 '박쥐'는 "배우로서 하고 싶고 표현하고 싶었던 모든 것들이 들어있는 작품"이었다. 박찬욱 감독을 세 번째 만났을 때 김옥빈은 당차게 말했다. "제가 하겠습니다. 다른 여배우에게 주지 마세요."
경지에 오른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송강호도 새로운 도전에는 늘 짜릿한 쾌감을 느낀다. 그는 "창의적이고 도발적인 영화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가 일종의 도전이었고 멜로드라마의 농밀한 감정을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다"며 "이런 작품에 출연할 수 있다는 게 너무나도 행복했다"고 말했다.
김옥빈은 촬영 전 선배 배우 송강호에게 많은 장점을 흡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는 이미 송강호와 박찬욱 감독이 쏟아낸 찬사로 대강 짐작할 수 있다. 김옥빈은 "송강호 선배에게 배운 건 무수히 많지만 그중 고도의 집중력은 꼭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또 "현장에서 발생하는 온갖 산만함과 돌발상황 속에서 단 1초의 흔들림도 없는 집중력을 옆에서 보면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다"며 "현장에서 의자에 떡 하니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생기는 건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아닐 것이다"라고 선배를 치켜세웠다.
송강호도 후배 김옥빈에게 극찬으로 화답했다. 송강호는 "김옥빈은 상황이나 인물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배우이다"라며 "각이 잡혀 있어서 인물을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현장과 상황에 맞게 인물을 받아들인다는 점은 훈련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가르치고 배운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그건 타고난 재능인 것 같다"고 칭찬했다.
송강호는 특히 클라이맥스 장면에서 보여준 김옥빈의 감정 연기에 대해 극찬했다. 그는 "그러한 감정은 한번밖에 표현해낼 수 없어서 리허설도 못하는데 촬영에 들어갔을 때는 오히려 앞에 있는 제가 그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받아서 연기할 정도였다. 아주 행복한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 김옥빈 "베드신은 성적인 유희가 아니라 숭고한 사랑 자체"
두 배우는 파격적인 베드신을 연기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도 함께 해결해야 했다. 연기의 달인 송강호도 베드신은 낯설고 어려운 연기다. 그는 "베드신이 쉽다고 말한다면 사람도 아니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힘든 점을 순간적인 집중력과 정신력으로 이겨내야 했다. 저나 김옥빈이나 박찬욱 감독이나 촬영감독이 그 순간만큼은 일심동체가 돼서 최고의 긴장과 정신력으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면 노출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는 김옥빈은 "태주와 상현이 사랑을 표현하는 건 성적인 유희가 아니라 숭고한 사랑 자체다. 그건 몸으로 움직이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드러내야 해서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송강호는 '박쥐'가 어떤 작품이 될 것 같냐는 질문에 "가장 영화적인 영화라는 느낌이 들기 바란다"고 말하며 "종교인이 아니라 해도 구원이라는 존재, 사랑이라는 존재가 과연 어떤 의미일까 하는 느낌이 들 것이다. 그래서 더 풍요로운 영화가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김옥빈은 "영화다운 영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영화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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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사진 박성기 기자 musict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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