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매각 주체인 세계 최대 맥주회사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사가 사면초가에 빠질 공산이 커졌다.
오비맥주 노조의 파업이 협상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데다 그동안 매각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롯데측이 본입찰 불참을 선언, 매각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안호이저 부시 인수자금 마련이 시급하다는 점에서 시간이 지나면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오비맥주 노조는 지난 10일 오비맥주 매각대금의 10%를 위로금으로 제공할 것과 15%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청원, 이천, 광주 등 3개 전 공장의 생산과 출하를 하루 동안 정지했다.
인베브측은 이같은 노조의 요구에 대해 결코 받아들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번 노조의 요구는 임금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포석 정도로 해석하려는 분위기지만 매각협상의 암초임에는 틀림없다.
여기에 롯데그룹측도 매각 대금이 2조원이 넘을 경우 인수를 포기하고 자체 맥주공장을 설립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또 최근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참여한 오비맥주 입찰이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롯데가 오비맥주를 인수하지 않고 맥주회사를 신설해 국내 맥주시장이 3강 체제로 바뀐다면 오비맥주를 되팔아 수익을 챙기려고 하는 사모펀드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 된다.
이런 가운데 인베브가 맥주 브랜드인 롤링록의 매각에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롤링록은 원래 인베브가 안호이저 부시에 3년 전에 8200만달러에 매각했던 브랜드였으나 지난해 인베브의 안호이저 부시 인수자금 마련 계획에 따라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인베브와 롯데간 밀고당기는 치열한 신경전도 롯데 쪽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롯데가 본입찰에 참여할 것이라는 일부 외신 보도에 대해 일각에서는 몸값 부풀리기를 위한 언론플레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롯데가 오비맥주 입찰 과정에서 탈락했다고 알려진 것과는 다르게 AB인베브 측과 꾸준히 협상을 진행해왔고, 그동안 공개하지 않던 오비맥주 기업 내용 관련 서류를 열람토록 했다며 협상 분위기가 호전되고 있음을 간간히 내비치기도 했다.
롯데측은 인베브의 이같은 의도(?)를 간파한 듯 최근 강경 일변도로 입장을 선회했다.
한마디로 현재의 가격으로는 도저히 인수할 생각이 없으니 가격을 낮추든가,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하든가 하는 식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안호이저 부시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오비맥주와 롤링록 매각에 나선 인베브가 당초 뜻대로 제값을 받고 매각작업을 마무리지을 수 있을 지 낙관하기 힘들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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