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리스트' 수사 1라운드 마감
다음은 누굴까? 여의도는 '패닉 상태'
지난 17일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을 긴급 체포하며 본격적인 '박연차 리스트' 수사 개막을 알렸던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이인규 검사장)가 이제 '1라운드'를 마치고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번주 새로운 인물을 소환·체포하지 않고 지금까지 구속한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전·현직 정관계 인사 6명에 대해 보강조사를 벌이는 등 공소를 제기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기로 했다.
검찰은 4월 임시국회가 개회되면 현역 의원들이 국회 일정을 이유로 출석을 미루는 등 조사가 어려워지더라도 소환 날짜를 조율해가며 이들을 소환해 조사한 뒤 사법처리 여부를 결정, 5월 일괄 처리할 방침이다.
◆여의도 수사 본격화 = 검찰은 지난 21일 현역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이광재 의원을 전격 소환해 이틀간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이어 24일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2억여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등으로 이 의원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26일 법원에서 영장이 발부되자 그를 구속했다.
이 의원은 검찰 조사 과정에서 줄곧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왔고, 결국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검찰은 이 의원에 이어 세간의 관측을 깨고 27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의 3선 중진인 박진 한나라당 의원을 전격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고려대 61학번 동기이자 최측근인 천신일 세종나모여행 회장의 소개로 박 회장이 마련한 베트남 관련 행사 연설자로 나서 연설료 등 대가로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검찰은 28일에는 대표적 친노 의원 중 한명인 서갑원 민주당 의원(원내수석 부대표)을 소환해 조사를 벌였다. 서 의원은 미국 뉴욕 맨해튼 한인식당에서 박 회장에게서 수만 달러를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고 있다.
◆'박연차 리스트' 다음 수사 대상은 = 이광재 의원이 구속되고, 여야의 핵심 의원들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자 여의도 정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임시국회가 개회되면 '불체포 특권'의 방패막으로 강제수사를 피할 수는 있지만 박 회장의 진술 및 계좌 추적·통화 내역 등 치밀한 증거 조사를 바탕으로 조여오는 검찰의 수사망을 결국에는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지금까지 '박연차 리스트'에 거론되지 않은 제3의 인물이 다음 순번일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등 과연 누가 검찰의 다음 소환 대상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조만간 박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권경석 한나라당 의원 등 1~2명 의원을 소환해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현역 의원 뿐 아니라 지금까지 검찰 수사 과정에서 언급돼 왔던 천신일 회장과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라응찬 신한금융회장 등이 4월 검찰에 소환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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