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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의 딜레마

현대중공업그룹이 지난해 사업다각화의 방안으로 진출한 증권업을 놓고 심각한 딜레마에 빠져있다.

본업인 조선업황이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적극적인 투자를 필요로 하는 증권업에 역점을 두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그룹에 편입된 하이투자증권이 출범 초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선지 6개월 만에 방향을 선회,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하이투자증권에 더이상 투자는 없다며 자생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실무진에서 40명 정도의 퇴직연금팀 확대 운영책을 건의 했으나 경영진에서 20명 선으로 조정했다"며 "현재 상황에선 40명으로 늘리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해 말 대부분 증권사가 비상경영 차원에서 지점을 줄였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하이투자증권은 울산 목표 등에 3개의 신규 지점을 개설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관련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계열사 편입 직후 구주주 대상 유상증자를 통해 549억원을 조달한 증권사가 증권업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퇴직연금 사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했다.

이처럼 하이투자증권이 공격적인 횡보에서 비상경영체제로 선회한 데는 최대주주의 추가적인 투자를 바랄 수 없게된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 고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시행 이후 중소형 증권사는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됐다"며 "지급결제망 가입비만 200억원에 달하는 등 고정비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중소형 증권사의 영업적자 현황은 심각한 수준"이며 "이에 반해 대형 증권사는 채권 투자를 통해 영업이익이 괜찮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현대중공업 그룹은 조선업황 위축으로 자금 흐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하이투자증권에 대한 추가적인 투자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중공업 그룹의 증권업에 대한 고민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하이투자증권 유상증자 청약 결과, 예상에 못미치는 78.4%의 청약률을 보임에 따라 추가 출자 여부를 결정해야만 했다.

대주주인 현대미포조선이 실권주 및 단수주를 인수하지 않은 것은 이같은 고민 속에 추가 출자는 어렵다는 내부 방침을 어느 정도 보여준 것이라는 평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중공업 그룹의 규모를 고려할 때 150억원을 투자하는 것은 큰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평했다.

하이투자증권 고위 관계자 역시 "현대중공업이 증권업 진출 당시 이정도로 경기가 침체될 것으로는 예상치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parkhs@asiae.co.kr
<ⓒ아시아 대표 석간 '아시아경제' (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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