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춤출까.
글로벌 주식시장 약세에도 한국 주식시장이 종목별 차별화된 장세가 펼쳐지자 종목 분석을 놓고 외국계 증권사간 의견이 분분해 투자자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 증권사간 시각차를 보인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외국계 증권사간 시각이 엇갈리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CS)는 발광다이오드(LED) 관련주로 주목받는 LG이노텍에 대해 "시장 전망이 과도하게 '긍정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목표주가 4만7500원을 제시했다. 이는 현 주가(16일 종가 6만6400원) 보다 28%나 낮은 것으로 지난 16일 CS측의 보고서 발표 후 이 회사 주가는 당일에만 3.78% 급락하며 내림세로 방향을 틀었다.
이에 앞서 맥쿼리증권은 지난 13일 "LG이노텍의 LED 후면광원장치(BLU)는 장기적인 성장동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는 LG이노텍의 LED 사업에 대해 긍정적 목소리를 내놓은 국내 증권사와 맥을 같이 한 것.
맥쿼리증권은 특히 "LG이노텍은 특허 침해 논란없이 칩과 패키징 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이라며 "올해 LED 관련 사업이 손익분기점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 LED에 투자를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외국계 증권사간 의견 충돌은 동양제철화학에서도 나타났다.
모건스탠리는 동양제철화학의 폴리실리콘 사업에 대해 과도한 초과공급 상태에 놓여 있어 향후 2년간은 이익을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 비중축소를 권고했지만 UBS증권은 되레 이익이 바닥을 찍고 있다며 지금이 마지막 매집 기회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 기업에 대해 극과 극 전망을 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 증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가 지금과 같은 차별화를 보인다면 개별 종목도 상승흐름을 타겠지만 일시작 현상에 불과하다고 판단하면 현재 같은 종목 장세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그만큼 원ㆍ달러 환율, 실적 등 주요 변수들로 인해 국내 증시가 어느 쪽으로 움직일지 방향성을 찾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김연우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대형 우량주라도 시장 흐름과 무관하게 상승할 수는 없다"며 "시장이 최악의 상황을 지났다고 판단하는 애널리스트는 향후 다소 공격적으로 접근하겠지만 반대로 약세국면에 지속할 것으로 볼 경우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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