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치료 명목 사기행각… 500여명 3억5000만원 뜯어내
본단 두고 전국적 조직망… 피해액 수십억대에 이를 수도
극심한 불황에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는 가운데 사이비 무속인 일당이 수억대의 사기행각으로 ‘혹세무민’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이 사기단은 경기도에 본단을 두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파악돼 피해자만 수천명에 피해액은 수십억대에 이를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12일 광주 서부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6시40분께 광주시 일대에서 500여명을 상대로 3억5000만원 상당의 사기행각을 벌인 김모(33)씨 등 일당 5명이 사기 등의 혐의로 붙잡혔다.
김씨 등은 주로 낮 시간대에 가정집을 직접 방문하거나 길거리에서 ‘기운이 심상치 않다’거나 ‘조상 중에 원한이 남은 사람이 있어 제사를 올려야 한다’는 등의 말로 피해자들에게 접근해 처음엔 많지 않은 돈을 뜯어낸 뒤 점차 큰 액수의 돈을 요구하는 수법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사기단은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의 병력과 가족관계 등 신상을 파악, 정리해 놓고 이를 이용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달 6일 광산구 운남동에 거주하는 구모(44·개인화물 운수업)씨는 낯선 남자 2명이 ‘집안에 불운이 끼어 있는 것 같다’며 방문해 조상에게 올릴 속칭 ‘칠성제’ 명목으로 5만원을 갈취 당했다.
이를 시작으로 구씨는 남구 월산동에 마련된 이 사기단의 기도원과 경기도 부천의 본단에 까지 끌려다니며 현금과 순금 등 836만원 상당의 금품을 뜯겼다.
사기단들은 심지어 현금이 없는 구씨에게 카드를 요구, 일명 ‘카드깡’을 통해 수백만원을 뜯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경찰에서 “처음엔 의심했지만 사주를 봐준다며 이런저런 내 신상에 대해 맞추는 것에 그만 깜박 속아 넘어가 버렸다”며 “수백만원을 상납한 뒤 속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때는 이미 늦었었다”고 진술했다.
피해자들 중에는 고학력자들도 상당수 있다. 4년제 대학에 재학 중인 김모(22·여)씨는 ‘차 한 잔만 얻어 먹고 가겠다’고 버티는 이들 사기단과 대화를 나누다가 결국 제사 비용 명목으로 5만원을 바쳤다.
경찰은 압수한 장부와 사기단들의 진술을 토대로 이들이 지난 2002년부터 경기도에 본단을 두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채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정황을 포착, 대대적인 검거작전에 돌입했다.
광주서부경찰서 이상출 지능팀장은 “압수된 장부에 의하면 확인된 피해자 외에도 수천명의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광주에서 최초로 검거한 만큼 각 지역 경찰서와 적극 협조해 본단의 핵심 관계자들까지 모두 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붙잡은 사기단 5명 중 김씨등 4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단순 협조한 이모(42·여)씨는 불구속 입건, 도주한 김모(44)씨 등 2명에 대한 검거에 나섰다.
광남일보 김범진 기자 bjjournal@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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