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최근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어머니의 호흡기를 제거해달라'며 자녀들이 제기한 '존엄사' 소송 상고심을 민사1부로 배당하는 등 판결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존엄사법' 제정을 둘러싼 논란은 여전히 뜨겁다.
특히 지난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관하고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 주최한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려 찬반 진영의 열띤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찬성론자들은 말기환자가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자기결정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강조한 반면, 반대측에서는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며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찬성 "인간적 품위 지키게 해야" = 토론자로 나선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실장은 "국립암센터에서 지난해 9월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죽음이 임박한 환자에게 의학적으로 무의미한 생명연장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자연스러운 죽음을 받아들이는 '존엄사'에 대해 국민 87.5%가 찬성했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은 빈부격차, 지위고하를 떠나 고통스럽고 비참한 죽음이 아닌 인간적 품위를 지키며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임종환자 관리지침을 마련하고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말기환자에 대해 재정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현호 경실련 보건의료 정책위원은 "죽음에 이르는 순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고 실현하기 위해 죽음의 선택에 대해서도 결정할 권리가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대 "생명경시 풍조 확산될 것" = 반대론자들은 '존엄사법'이 제정될 경우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며 입법 제정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이동익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은 "단순히 임종을 앞둔 말기 환자의 고통을 벗어나게 하고, 환자 자신의 자기 결정권을 중시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이해한다면 이는 인간에 대한 철저한 몰이해"라며 "또한 생명경시 풍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환자의 존엄성을 위해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 경우라면 우선 병원 자체의 판단을 존중해야지, 법률적인 문구로 규제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지금의 존엄사 논리는 시기 상조"라고 주장했다.
김진우 기자 bongo7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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