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 공사대금 택지지급...건설업계는 외면
건설공사 대금을 땅으로 대신 지급받는 형태의 사업방식이 건설업계의 외면을 받고 있다.
이는 건설업체들이 과거에 사들인 택지대금을 내지 못해 연체하거나 공공기관에 되팔고 있는 처지에 택지를 더 보유하기 부담스러워 하기 때문이다.
2~3년 후 주택분양에 나설 경우 시장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이유로 작용한다.
20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공사는 최근 택지건설공사의 공사대금 일부를 같은 사업지구 내 공동주택용지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건설공사를 잇따라 발주했다.
지난 연말 울산우정 혁신도시 조성공사 3공구와 전북전주.완주 혁신도시 개발사업 2.3공구 등이 이 같은 방식으로 나왔다. 또 이달 들어 경북김천 혁신도시 조성공사 2공구와 강원원주 혁신도시 조성공사 3공구 등도 마찬가지.
이는 건설업체 등에 판매한 택지대금이 정상적으로 환수되지 않으며 토공의 자금사정을 압박한데 따른 것이다.
더욱이 혁신도시 공동택지의 분양성에 대한 의구심으로 택지분양 성적이 좋지 않은 토공이 자금압박을 줄이면서도 판매되지 않은 택지를 털어내기 위한 이중포석으로 분석된다.
토공 관계자는 "공급중인 택지 판매대금이 원활하게 들어와야 기반시설 공사비용을 정상적으로 지급할 수 있다"면서 "경기침체에 따라 택지대금 연체나 택지환매 요청 등이 급증하면서 재정이 열악해져 돈 대신 택지를 지급하는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공공 건설공사에 목매는 건설사들이 이런 유형을 마뜩찮게 보고 있다는 점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업계 전체가 유동성 위기 속에 보유택지를 매각하고 자산을 처분하는 마당에 또다른 택지를 받으면서 공사를 수행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래 주택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택지를 껴안으면서까지 공사를 수주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공공기관이건 지자체건 대행개발 방식의 건설공사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내렸다"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같은 입장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로인해 울산우정과 강원원주 혁신도시 조성공사의 경우 건설사들의 참여기피로 유찰됐다. 토공은 이에 다시 사업자 선정에 나섰으나 여전히 성사될 지는 불투명하다.
토공이 자금부족 상태에서 혁신도시 등의 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대행개발에 나섰다지만 건설사들의 냉담한 반응만 맛본 셈이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면서 토공도 건설사들의 입장을 반영, 사업자 선정방식을 수정할 뜻을 보이고 있다.
토공 관계자는 "최근의 유동성 위기로 인해 건설업체들이 택지 취득을 기피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설사들의 참여기피가 계속될 경우 어쩔수없이 대행개발이 아닌 정상적인 대금지급 방법으로 다시 건설사 선정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토공은 "경기가 좋을 경우 건설업체들이 택지지구 내에 조성되는 택지를 선호하게 된다"며 "토공과 건설업계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제도지만 경기상황이 한계로 작용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소민호 기자 sm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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