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간 공직생활 하면서 가족에게 늘 미안".. 소신 답변에 '금산분리' 설전도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6일 가족에 대한 미안함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인사청문회장에서다.
윤 후보자는 이날 부인 명의의 경기도 양평 땅을 둘러싼 투기 의혹에 대해 해명하던 중 젊은 나이에 숨진 자신의 아들 얘기가 나오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윤 후보자는 지난해 8월 부인 명의로 경기도 양평군 농지 1231㎡를 매입하고 영농계획서를 첨부해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발급받았지만, 실제 농사를 지은 흔적이 없어 투기 의혹을 받아왔다.
윤 후보자는 이와 관련한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절대 투기를 한 적이 없다. 부인이 부동산 투기의 ‘투’자도 듣기 싫어하고 평생에 땅 한 평 산 적이 없다”면서 “개인적인 사정으로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부인이 채소를 가꾸면서 여생을 보내겠다고 해서 산 것이다”고 거듭 밝혔다.
또 딸의 서울 삼청동 주택 구입 자금에 대한 편법 증여 의혹에 대해선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 내겠다”고 답변했다.
이어 진수희 한나라당 의원이 “부인이 어떤 개인적인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지 속 시원히 털어놓으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10여년 전 서울대 법대 재학 중 숨진 아들 얘기를 꺼내자, 윤 후보자는 잠시 말문을 닫은 채 눈시울을 붉히고는 손수건을 꺼내 눈 주변을 훔쳤다.
그러자 진 의원은 “죄송하다. 상처가 깊은 것 같다. 다음에 마음이 안정되면 답해달라”며 질문을 바꿨다.
이에 앞서 윤 후보자는 “지난 35년간 공직생활을 하면서 가족에게 언제나 미안했다”며 “이번 사태(투기 의혹)를 두고 부인에게 할 말을 잃었다. 지금도 집사람에게 미안한 마음뿐이고 사과하고 싶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윤 후보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가족 문제를 제외하곤 각종 경제현안 등에 대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1기 경제팀'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경제성장률에 대한 근거없는 낙관도 경계해야겠지만, 지나친 비관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미네르바 사건'의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우리 모두의 수치이기도 하다"는 등 소신껏 답변하며 시종일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특히 평소 소신인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두고는 야당 의원과 치열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김효석 민주당 의원이 “금산분리 완화를 완화하면 재벌이 은행을 갖는 게 아니냐”며 ‘기업의 사금고화’ 가능성을 지적하자, 윤 후보자는 “금산분리와 재벌을 꼭 항등식으로 놓고 볼 필요는 없다”고 반박하면서 “제조업 중심의 현금성 자산이 몇백조원에 달하는 데 그런 자금과 금융 자본간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게 그렇게 못마땅하고 두려운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과거 모든 재벌들이 종합금융사를 뒀고 그래서 ‘IMF외환위기’가 온 게 아니냐”고 따져묻자 “옛날에 뼈아픈 경험을 한 만큼 두 번 다시 실패하면 안 된다”면서 금산분리 완화에 대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설전은 “여기는 청문회장이지 상대방을 설득하는 자리가 아니다. 그런 자세는 지양해달라”고 중재에 나설 때까지 계속됐다.
장용석 기자 ys41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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